최재영기자
1.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하늘과 남향에서 쏟아지는 빛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br /> 2. 고질라의 북쪽 사파드. 땅 모양에 따라서 집 모양 둥글게 만들었졌다.[사진 Nils Clauss] <br /> 3. 북쪽과 달리 남쪽은 창을 최대한 열어 공간감을 넓혔다. <br /> 4. 1층은 자동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는 주차장으로 만들어졌다.[사진 Nils Clauss] <br /> 5. 옥상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 옥상을 최대한 열어 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작품성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지었다면 분명 그 집에는 예술과 현실의 경계선이 깃든다. 이 경계선에 모순적인 공간이 공존한다. ‘리얼리티’와 ‘판타지’. 두 개의 공간을 공존하게 만드는 시약은 ‘시간’이다. 이태원동 고질라(GODZILLA)는 이런 시간의연속성을 담은 곳이다.대지에 버티고 있는 모습은 분명 괴물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하얗고 작은 모습이다. 이 주택에 ‘고질라’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고질라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또 있다. 까다로운 설계로 매 순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고질라는 30대 부부와 두 명의 자녀를 위해 지은 집이다. 남산에서 천천히 경사를 따라 내려오는 길에서 갈라지는 삼거리 중앙에 버티고 있다. 고질라는 이른바 땅 귀퉁이에 지어졌다. 대지 202㎡(60여평)에 건축면적 120m²(36여평)의 3층 구조다. 대지가 비교적 작아서 집 모양도 도로 쪽으로 땅의 모양에 따라 등을 돌려 둥글게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담장이 없다. 땅 모양 덕분에 전략적인 설계가 동원됐다. 공간을 최대한 끌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질라의 가장 특이한 점은 외벽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단단히 감싸 투박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전한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빛의 밝기에 따라 여러 색깔을 뿜어낸다. 날씨가 흐릴 때는 강하면서 온아한 빛을, 날이 맑을 때는 청명한 빛을 쏟아낸다. 1층 곡선은 파사드(Facade)를 따라 이어진 12개의 이중 타공패널을 이용해 자동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는 주차장으로 만들어졌다. 이 패널은 밖에서는 절대 안을 볼 수 없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는 소재다. 밖에서 보면 일반 문이 아닌 하나의 스크린처럼 느껴지도록 했다.이 주차장은 1층과 거실이 만나는 구조다. 현관과 주방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타공패널과 함께 새로운 시선을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다. 파사드는 또 다른 색상 변화를 주면서 집을 감성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단순해서 강하다고질라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하늘과 빛이 만나는 계단이다. 천장 채광창을 통해 푸른 하늘 빛과 남향에서 쏟아지는 빛이 동시에 쏟아지도록 했다. 이는 파사드에서 볼 수 있는 빛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하얀 벽과 만나 휘감아 쏟아지는 빛은 단순한 효과를 넘어 감성으로 바뀌기도 한다.1. 계단 아래의 모습. 공간을 띄운 오픈형 계단의 장점은 바람이 잘 순환된다. <br /> 2. 계단실로 들어오는 북층광과 남측광이 만나는 곳. <br /> 3. 안방 침실에도 전면 유리로 빛을 끌어들였다. <br /> 4. 천정 채광유리는 푸른색의 빛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br /> 5. 1층과 2층사이 계단. 천정채광효과가 크다. <br /> 6. 거실바닥은 원형 모양이 큰 테라조를 사용해 공간감을 넓혔다.
이 계단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바닥으로 내려놓지 않으면서 효과를 더욱 높였다. 주차장과 정원이 작아 공간 극대화를 위해 바닥재에도 신경을 쏟았다. 테라조 가운데서도 원형이 큰 바닥재로 마무리했다. 또 1층 조명기구의 높이까지 신경을 쏟으면서 공간이 더욱 커 보디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고질라의 또 다른 강점은 밖과 안 모두 동일한 느낌을 전달하는 동선이다. 남산에서 이태원으로 내려오면서 이 집을 만나는 동선과 집 안에서 1층에서 2층 그리고 3층으로 발을 옮기는 동선 모두가 닮았다. 이 동선은 최대한 짧은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편안하고 즐겁게 느끼는 발걸음이다. 벽을 따라 움직이는 동선에 천장 채광과 남쪽 채광을 만나면서 즐거움은 배가 된다. 고질라 설계에 따른 동선이기도 하지만 건축사의 의도이기도 하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계단에 신경을 쏟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직적인 구조를 연결해주는 공간을, 효율적이고 퀼리티를 높인다면 공간이 살아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질라의 특징은 밖에서는 사면이 막혀 닫혀 있는 느낌이지만 집 안에서는 사방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 효과는 인테리어와 맞물려 있다. 공간이 열려 있는 모습은 단순하도록 세밀하게 작업한 효과다. 고질라는 2009년 서울시 건축상과 2009년 한국건축가협회 엄덕문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하버드대 한국건축특별기획전에 참여했다.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면적 대지 202㎡(60여평), 건축면적 120m²(36여평) 특징 긴 줄기에서 만나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건축사 최-페레이라최성희 건축사, 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조교수이렇게 설계했다 | 최성희 건축사·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조교수“건축은 역사와 시간을 지나는 타임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