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담전문가 육성도 대북전략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1962년 10월 14일 미국 백악관에 비상이 걸렸다.'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첩보가 항공촬영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는 모두 9개소로 배치된 SS-4, SS-5 중거리전략탄도탄으로 미국 전역을 6분 안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미국 공군은 곧장 정찰을 위해 쿠바 영공에 U-2정찰기를 보냈지만 소련제 대공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강경파들은 전면전을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과 군사적 소통을 이끌어냈고 소련은 결국 10월28일 철수를 발표해 위기는 14일 만에 끝났다. 군사회담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남북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군사회담을 통해 서로의 군사적 긴장감을 줄이고 있다. 군사회담은 남북한이 대화로 가는 관문으로 한반도 위기관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자리다.남북국방장관회담의 첫 개최는 지난 2000년 7월 서울에서 이뤄졌다. 이 회담에서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이어 2000년 9월 25일에는 제주도에서 제1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을 개최했다. 이후 남북은 지금까지 총 48회에 걸쳐 군사회담을 진행해왔다. 남북군사회담에서 북측의 대표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김영철(65) 정찰총국장이다. 그는 '매파 중에 매파'이자 대남통으로 꼽힌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 황장엽 암살조 남파 등을 기획하고 실행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김영철은 2009년 초 출범한 국방위원회 직속의 정찰총국장에 발탁되는 등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대장으로 승진해 군부서열을 파괴한 승진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회담 전문가에게 북한 최고의 대남 테러부대의 장을 맡길 정도로 김정은이 믿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그는 1989년부터 남북회담의 북측 대표로 활동한 남북회담 전문가다. 그를 주축으로 30여명으로 구성된 군사회담 전문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군복을 벗을 때까지 오직 군사회담만 준비한다. 군사회담의 역사는 물론 정전협정서, 북방한계선(NLL) 등에 대한 분석과 논리를 철저히 챙긴다. 이런 준비로 남북군사회담 현장에서 우리측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측도 철저히 준비는 하고 있지만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김영철이 군사회담에서 과거회담의 사례를 들며 따져 물으면 당혹스럽다는 것이다. 군사회담에 끌려가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면 우리 측도 회담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담당부서는 있지만 담당자를 군 정기인사와 보직배치 때마다 바꾸어서는 안된다. 북한의 대남도발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현재의 긴장감에서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쿠바의 전례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군사적 대응 외에 군사회담 테이블에서 남북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평화를 위한 한 방법일 것이다. 북한의 전문적인 회담전문가를 상대할 인재가 필요한 이유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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