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무지꼴라쥬 등 예술영화에도 30~40대 관객이 절반
영화 '건축학개론' 중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정상호(41)씨는 금요일 저녁이 되면 아내와 심야영화 데이트를 한다. 지난 달 '건축학개론'을 아내와 같이 본 이후 새삼 영화보는 재미에 빠졌다는 게 정 씨의 설명이다. 그동안은 일에 치여 일 년에 2~3차례 영화관에 가는 게 고작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도 지난해 5월 개봉한 '써니'였다. 정 씨는 "다음 날 부담이 적은 금요일 저녁에 영화를 보니, 재미도 있고 스트레스도 풀리더라"며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으니 예전 데이트할 때 생각이 나 아내와 한 달에 한번은 꼭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직장인 김미현(36)씨는 영화광이다. 대학시절부터 개봉하는 영화는 빠지지 않고 봤다. 최근에도 일주일에 2~3편은 꼭 영화를 본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도 가리지 않는다. 김 씨는 "극장에 가보면 20대보다 오히려 내 또래의 30대 초중반 여성들이 더 영화관을 자주 찾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대학생들은 취업도 준비해야 하고, 자금 부담도 있으니까 극장을 자주 찾기는 힘들 것"이라 말했다.30~40대가 영화관의 '티켓파워'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200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에 20대를 보냈던 이들이 시간이 지나서도 꾸준히 영화관을 찾고 있다. 다양한 장르영화의 개봉도 30~40대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실제로 극장을 찾는 중장년층들이 한국영화를 꾸준히 찾으면서 올 상반기 한국영화가 역대 최대의 흥행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 '후궁' 중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장은 "최근 들어 '범죄와의 전쟁', '내 아내의 모든 것', '후궁' 등 30~40대의 정서에 공감하는 영화들이 개봉하면서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또 과거의 한국영화 소비계층인 20대가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게 돼 30대가 됐고, 이들이 여전히 영화를 많이 보는 연령대가 됐다"고 설명했다.이어 황 팀장은 "원래 극장가의 티켓파워는 10~20대가 주요 계층인데 지금은 그게 30~40대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10~20대들은 한국영화도 많이 보긴 하지만 '어벤져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30~40대의 파워로 올 상반기 한국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할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총 441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6% 늘었다. 역대 최대 관객 규모를 기록한 2006년 상반기보다는 270만명이 많은 수준이다. 관객 점유율 역시 53.4%로 전년도 같은 기간 48%에 비해 5.4%포인트 증가했다. 흥행영화 10위권 중에서도 한국영화가 7편을 차지했다. 최고 흥행작은 4월 개봉한 '어벤져스'가 차지했지만 이어지는 순위에서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이 468명 관객으로 2위를, '내 아내의 모든 것(435만)'은 3위, '건축학개론(410만)' 4위, '댄싱퀸(401만)' 5위, '부러진 화살(342만)' 6위 등 한국영화가 대세를 이뤘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와 '후궁' 등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면서 30대 남성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혼과 바람을 소재로 중장년층을 겨냥했다.또 30~40대 관객들은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영화 관람에도 적극적이었다. CGV의 다양성영화 전용관인 무비꼴라쥬에서 30세 이상 관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70.26%, 2010년 71.03%로 70%를 훌쩍 웃돌았다. 지난해 압구정 CGV의 관객비율만 놓고 보면 30~40대가 48.12%로 전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었다.CGV 관계자는 "한 때 X세대였던 30~40대 주부고객들이 몇년 전부터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 가는 시간에 맞춰 예술영화 영화관을 많이 찾고 있다"며 "일반 상업영화에서도 '댄싱퀸', '건축학개론' 등 3040세대들을 겨냥한 영화가 등장하면서 30대 이상의 남성 관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까. 김보연 영진위 팀장은 "결국에는 어떤 콘텐츠가 제작이 돼서 개봉이 되느냐가 문제다"라며 "30~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져야 이들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영화의 주요 층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조민서 기자 summe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