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도 없는데 車보험 강요' 분통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탱크처럼 무한궤도가 달려 있어 도로를 달리지 못하는 건설기계임에도 자동차보험 가입이 강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기계 근로자들은 산업재해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보험사들이 정확한 보험료율 기준 없이 보험 덤프트럭 크기에 따라 최대 4배나 높은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건설사의 안전책임 떠넘기기, 보험사의 무리한 보험료 책정에 건설기계 근로자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먼저 건설노조는 무한궤도 건설기계에 자동차보험 가입이 강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기계 27개 기종 중 바퀴가 달려 도로를 달리는 6개 기종 장비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자동차보험 가입 대상이다. 6개 기종은 ▲덤프트럭 ▲타이어식 기중기 ▲레미콘 ▲트럭적재식 펌프카 ▲트럭적재식 아스팔트살포기 ▲타이어식 굴삭기 등을 말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굴삭기, 기중기, 로더, 로울러, 그레이더, 노면파쇄기 등 바퀴가 달려 있지 않고 스스로 주행할 수 없는 무한궤도 건설기계에도 자동차 보험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건설기계 근로자들은 일을 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A현장 건설기계 근로자는 "법도 강요하지 않는 걸 현장 건설사가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일하려면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B현장 유관 업종 종사자도 "건설사들은 건설기계를 현장에 투입하기 전 자동차보험 가입 여부부터 확인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 미가입시 안전교육도 시키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무한궤도 건설기계의 자동차보험가입은 그 자체가 부당하거니와 보험 강요는 사고발생시 벌점처리돼 입찰 불이익을 받는 건설사가 산업재해의 책임을 건설기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건설노조는 보험사가 정확한 보험료율 책정 기준 없이 보험료를 설정해 건설기계 근로자들의 삶을 더욱 핍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같은 덤프트럭이라도 해도 15톤은 100만원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한다. 반면 15톤 이상의 기종은 400만원대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3~4배의 보험료 격차를 설명해줄 수 있는 근거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톤수에 따라 사고가 많아서 보험료가 상승한 것도 아니다. 톤수를 막론하고 덤프트럭은 보험 특정물건에서 일반물건으로 넘어갔다. 특정물건이란 사고가능성이 높아 보험사가 보험가입을 기피하는 물건(차량)을 말한다. 1990년대에 덤프트럭은 특정물건으로 지정됐으나, 차츰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현재 일반물건으로 내려간 상태다. 덤프트럭 업종에 대한 사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험사 측에서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덤프트럭 차량 가격이 보험료만큼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덤프트럭 가격은 15톤이 1억1000만원, 15톤 이상이 1억6000만(국산)~2억원 정도다. 차량 가격은 1~2배 차이인데, 보험료 가격은 3~4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건설노조 측은 "보험사들은 정확한 사고율에 대한 집계도 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사고율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어느 보험사든 300~400만원이라는 과다 보험료를 똑같이 징수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담합의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원청 건설사들은 무한궤도 장비들의 자동차보험 가입을 강요할 게 아니라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시켜야 한다"며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을 국토해양부 등 정부당국에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이같은 내용 등을 개선키 위한 총파업을 이달 27일부터 무기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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