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法, '지자체 SSM 영업제한 절차상 위법해 취소'

[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법원이 서울특별시 강동구와 송파구에서 기업형수퍼마켓(SSM) 영업시간과 일수를 규제한 조례안은 절차상 적법하지 않다며 취소결정을 내렸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롯데쇼핑과 이마트, 홈플러스 등이 강동구청장과 송파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22일 원고 승소를 선고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지자체 조례의 취지를 부정하기 보다는 행정 절차상 문제점이 있어 위법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 보완한 조례를 통해 또다시 SSM을 규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강동구 의회와 송파구 의회는 SSM에 대해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 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두번째 일요일과 네번째 일요일에 의무휴업하도록 명하는 조례를 지난 3월 의결했다. 두 지자체의 조례안은 올해 1월17일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기반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대형마트에 대해 영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며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두 지자체는 SSM에 규제안을 준수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이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나 영업일수 제한에 영업권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롯데쇼핑과 이마트, 홈플러스, GS리테일, 에브리데이리테일, 메가마트 등은 조례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권한을 부여받은 지자체가 조례안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지자체는 조례를 시행하기 전에 행정절차법에 의해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하고 의견제출의 기회를 줘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조례가 위법한 이유는 법령에 위반됐기 때문이지 법령 근거가 없어서가 아니다"며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대형마트 등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을 명한 것은 필요한 세부적인 절차와 방법, 기준에 관해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 조례는 이를 넘어 반드시 조치를 취하도록 명령한 내용으로 규정돼 법으로 위임받은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더불어 재판부는 "처분 취지 등의 정당성이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조례의 위법성과 피고가 판단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점, 적정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성이 등이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행정법원의 취소 결정에 따라 당장 이번주 일요일부터 강동구 및 송파구의 대형마트는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에서 조례안을 다시 보완할 경우 법정공방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법원 관계자는 "지자체가 공익적 요소와 이익형량 과정을 실질적으로 거친 후 행정법 절차도 준수해 개정된 조례안을 만들어 시행할 경우 이번 판결에서 지적받은 위법성은 소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천우진 기자 endorphin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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