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요즘 고위공무원들에게 청와대나 '새누리당행(行)'은 타고싶지 않는 열차다. 전 정권 인물로 낙인찍혀 차기정부에서 낙동강 오리알신세가될 수있어서다.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연봉 1∼2억이 넘는 공기관이나 출연연 기관장 자리도 꺼린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물러나야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출범 초기 한 장관은 전정부서 임명한 기관장들에 대놓고 "알아서 나가라"고 했을 정도였다. 최근 새 기관장에 전혀 예상치못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관료생활을 떠난 지 10년이 넘은 대선배가 부처 핵심공기업 사장으로 돌아왔다. 한 기관장은 옛말이 됐다던 '3회 보장(퇴직후 산하기관,협단체 등 3곳의 자리는 보장해줌)'의 수혜자가 됐다. 모두 임기가 사실상 길어야 1년, 짧으면 6,7개월이다. 이렇다보니 알짜 공기업 사장자리가 비어있지만 내가 가겠다는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부 고위관료들은 퇴임 직후 로펌이나 민간기업의 영입제의를 마다하고 정당의 러브콜을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자 좌불안석이라는 얘기가 들린다.정치권에서는 관가(官街)나 공기업과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박근혜당'이 된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에 이어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벌써부터 자리다툼이 뜨겁다. 누가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하면 당지도부던 초선이던 득달같이 달려들어 '박(朴) 구하기'에 온몸을 던진다. 친박(친박근혜)의 이너서클은 더 열심이다.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규칙도 비박주자들이 안타까울정도로 떠들고 있지만 누구도 박심(朴心, 박근혜 마음)에 거스르거나 합리적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박 전 위원장이 캠프를 꾸리고 대선출마 선언과 이후의 대권행보를 시작하면 박 전 위원장과 핵심측근들에 대한 줄서기와 줄대기는 치열해질 것이다.민주통합당은 여러 세력이 모여 탄생한만큼 대선경선 후보들이 10여명이 넘을 전망이다. 유력 주자들에게는 벌써부터 전현직 국회의원과 관료,당직자, 교수, 기업인, 시민사회, 지역계 인사 등이 몰려든다. 여야 모두 대선승리보다 중요한 목표가 없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1997년, 2002년 이회창 전 대표를 도왔지만 실패했고 2007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선후보 자리를 내줬다. 이번 대선출마가 15년간 기다려온 일이다. 정권교체를 위한다면 민주당은 대선경선후보간의 합종연횡, 나아가 안철수 원장이나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야권단일화후보를 낸다는 구상이다. 자신을 믿고 기다린 사람이 많을수록,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록, 합종연횡과 연대가 잦은면 잦을수록 유력주자에 들러붙거나 꼬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제대로된 논공행상을 하기 어렵다. 지금 여야의 모습이라면 원조친박과 중도친박, 근박(박 전위원장과 가까움), 초근박(박 전 위원장과 아주 가까움)인사의 내각입성이 예상된다. 또한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 반노(반노무현), 친DJ에 심지어 통진당 출신 인사도 내각에 들어가게 된다. 무임승차, 남몰래 숟가락을 얹어놓은 이들의 낙하산 인사도 뻔하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강부자-영포라인으로 이어지는 인사의 재탕이 될 수 있다. 각당의 대선후보 경선과 런던올림픽,추석, 국정감사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6개월은 순식간이다. 국민에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말한다면 지금이라도 누가 대의를 위해 희생할지, 누가 사욕을 위해 숟가락만 얹으려는 지 사람을 고르는 안목부터 길러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지만 정치에서 제대로된 인사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기업에서는 인사를 잘못하면 회사가 망하는데 정치권, 대통령은 욕만 먹고 끝나기 때문인가보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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