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사업 강화, 해외 투자, 벤처 투자 등 설 난무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히트작 '리니지'로 온라인 게임 대표 주자로 부상한지 15년만이다. 자신의 상징이었던 엔씨소프트의 1대 주주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지분 매각으로 8000억원 이상을 손에 쥔 김 대표의 다음 행보에 일제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업계는 김 대표가 회사를 떠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거액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새로운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대표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최대주주의 자리를 넘기면서까지 넥슨의 투자를 받아들인 것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해석이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모바일 사업의 강화다. 게임 산업의 지형이 스마트폰 게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엔씨소프트는 꾸준히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따라서 김 대표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본격적인 스마트폰 게임 공략을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나 넥슨 일본법인의 주식을 확보해 협력관계를 보다 공고히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국내 게임사가 아닌 다른 나라의 게임 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 게임 개발사인 아레나넷을 인수하는 등 꾸준히 해외 투자를 진행해왔다. 엔씨소프트 측은 강하게 부정했지만 부동산 투자설, 정계 진출설 등도 나오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그동안 꾸준히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받아왔다.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인데다 젊은 층에서는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민간 위원으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이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어서 1대 주주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김 대표는 지난해 판교에 사옥을 건립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삼성동의 경암빌딩을 1380억원에 매입하는 등 관심을 보여 왔다.후배 양성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밑천삼아 게임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벤처캐피탈을 설립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는 한게임을 창립했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NHN을 떠나 카카오 등 새로운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이에 앞서 8일 김정주 NXC 대표는 김택진 대표로부터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전격 인수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을 두 사람의 관계에서 찾고 있다.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대학 졸업 후에도 각자 게임 업체를 이끌며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택진 대표가 전자공학과 85학번, 김정주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한 김정주 대표는 1994년 넥슨을 설립해 1996년 '바람의나라'를 선보이며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문을 열어젖혔다.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송재경 XL게임즈 대표는 1997년 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설립하자 회사를 옮겨 '리니지'를 함께 만들었다. 핵심 개발자를 공유할 만큼 돈독했던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 이번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1대 주주가 되면서 글로벌 게임업계 7위로 부상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2100억원과 6089억원이다. 이를 더하면 약 1조 82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넥슨이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4322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연매출 2조원을 노리고 있고, 엔씨소프트도 연매출 25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블레이드&소울'이 선전하면 양사의 올해 매출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세계 시장에서 지금까지 각기 다른 부분에서 강점으로 보여 왔다는 점도 '넥슨ㆍ엔씨 연합'의 시너지를 예상하게 한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양질의 게임 콘텐츠를 확보해 전 세계에 서비스하며 성장을 거듭한 반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 자체 개발 게임을 통해 승부수를 던져 왔다. 세계적인 서비스 역량과 게임 개발력이 결합한 셈이다. 특히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엔씨소프트는 고전을 한 반면 넥슨은 큰 성공을 거둬왔다는 점에서도 양사의 결합은 큰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양사가 각각 보유한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공동 게임개발과 해외시장에서의 기회 확대 등 향후 사업적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철현 기자 k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김철현 기자 kch@ⓒ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