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술 애호가들이 자신들이 소장한 작품들을 내놨다. 작품들을 공개하며 그림을 수집하게 된 사연도 소개하고, 부분적으로는 경매로도 부쳤다. 낙찰금 일부가 소년소녀가장들의 장학금에 기부되는 자선경매다. 전시작품 중에는 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대표작 '여름풍경', 중국 대표적 블루칩 작가 인쥔(Yin Jun)의 '크라잉(Crying)'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꼭 미술계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은퇴 후 그림을 보러 다니며 제 2인생을 살아가는 중년신사, 금융인, 대기업 임원, 화가를 꿈꾸는 아이를 둔 부모, 화장품 회사 홍보 직원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였다. 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재동 갤러리 에뽀끄에서 '1회 그림사랑 사람사랑 나눔전' 행사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동국대 평생교육원의 '아트마켓&아트테크' 수강생들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기획은 한국미술경영연구소가 맡고 있다. 지난 2007년 현재 10기까지 진행 중인 이 수업은 미술현장과 시장동향, 투자전략을 주제로 작가, 화랑, 시장 관계자 등 현장 전문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각 기수 당 한 학기 수업, 10여회 분량의 강의가 진행된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은 총 400여명의 수강생들을 배출했다. 수강생들은 20~70대 폭넓은 연령층과 다양한 직업 종사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종강 후에도 미술정보를 나누는 등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 중엔 큐레이터, 기업미술관 직원 등 직업을 바꾼 이들도 있다. 이 모임 이름은 가미회(加美會)다. 1기 수강생인 김일수(남 60대)씨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지난 2006년 은퇴한 이다. 김 씨는 제주도 풍경으로 유명한 변시지 화백의 그림과 표갤러리에서 전시된 바 있는 이경하 작가의 'Pour Out'이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은퇴후 5~6년 동안 아트페어, 경매, 미술수업 현장을 두루 다니고 있다"면서 "남는 시간의 50%를 걷는 운동을 겸해 그림을 보러 다니는데, 제 2의 인생의 계기가 바로 그림이다. 나이 들어 백수되는 분들께 그림 많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석유관련 대기업에 종사하는 김병집(남 50대)씨도 자신이 아끼는 작품들을 내놨다. 이도 역시 경매 출품으로는 아닌, 전시용으로 들고 나온 그림들이다. 특히 그가 소장한 그림으로 김종학 화백의 '여름풍경'이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김환기 작가 그림에 1500만원을 얹어서 구입한 것"이라면서 "김종학 화백의 설악산 풍경 그림으로는 최고 작품이라고 자부한다"며 자랑했다.9기 수강생인 안희순 도레 갤러리 대표(여 40대)는 설치미술·조각가 김성기 작가의 Fertile Composition(결실)이란 작품을 출품했다. 안 대표는 "시장에서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나무 조각보와 같은 이 작품의 매력을 한번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20대 여성 애호가들도 많았다. 이자은(여 20대)씨는 허욱 작가의 '첨첨사이' 시리즈 중 한 작품을 보였다.수강생들과 지인들이 모여 그림을 감상하고, 자선경매도 진행한 이날 9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출품작은 총 63점으로 이 중 경매에 나온 작품은 40점이다. 특히 99만원 이하 특가전 작품들이 인기가 많았다. 이 중에는 미디어아트작가인 이이남 작가의 작품 '복숭아' 2점이 기증돼 각각 40만원에 팔렸다. 가장 낙찰액이 높은 작품은 김시만 작가의 '청와백자주병세트'로 100만원에 거래됐다. 또 중국 대표 화가 인쥔의 '크라잉(Crying)'은 99만원에 낙찰됐다.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오늘 목표액은 50만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열기가 뜨거웠다"면서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이 모이면,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추상적으로 느껴왔던 것들이 10기까지 수강생을 받으면서 함께 자선경매를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경매로 거래된 작품들은 자선경매, 특가경매, 작가기부작품 별로 각각 낙찰가의 20%, 10%, 80%가 대한적십자사로 전액 기부된다.한편 광화문 이순신 동상제작에 참여한 김 겸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 소장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 '피아노가 있는 미술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인상주의, 상징·표현주의로 넘어가는 미술과 동시대 음악이 닮아있는 모습들을 설명했다. 김 소장은 그림을 보여주고 피아노를 쳐가며 빛과 인상에 충실한 그림과 바탕화음이 없이 조성을 부정하고 울림만 남은 음악을 비교해 이해를 도왔다. 이 전시는 오는 5일까지 열린다. 문의 02-747-2075
김시만 作, 청화백자주병세트
김종학, 여름풍경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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