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하고 있는 독일에서 금이나 국채를 담보로 유로본드를 발행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유럽상환협약(European Redemption Pact)'으로 알려진 독일 방식은 독일 경제전문가 위원회(Council of Economic Experts)가 마련해 제안한 것으로 지난해 11월만 해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같은 제안에 대해 불가능하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유럽의 경제위기가 깊어지고 기독민주당(CDU)이 지방 선거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고 있다. EPR은 가벼운 형태의 유로본드(Eurobonds Lite)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방안에 따르면 유로존 회원국의 공공부채가 나뉘어져 관리된다. 마스트리흐트 조약이 규정한 한도인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60%에 해당하는 부채는 국가에 남겨지지만 60%를 초월하는 부채는 상환펀드(redemption fund)로 이관된다. 그리고 이 이관된 부채가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보장이 되는 것이다. 상환펀드에 이관된 부채는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상환되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은 1790년 미국이 독립전쟁으로 늘어난 부채를 털어내기 위해 활용했던 방식이다. 당시에는 번성했던 버지니아주가 오늘날 독일과 같은 입장이었다.이렇게 할 경우 유로본드 발행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장 큰 곳은 독일이 아닌 이탈리아가 된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9580억유로(약 1405조5776억원)어치의 금이나 국채를 담보로 맡겨야 한다. 독일은 5780억유로에 불과하다. 재정적자 비율이 독일은 88%이지만 이탈리아는 120%를 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세 번째로 많은 4980억유로를 담보로 맡기게 된다. 유로존 전체의 담보 규모는 2조3260억유로가 될 듯하다.이러한 방식은 유로본드와 관련한 정치적 논란도 피하고 독일 헌법에 부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독일 법원은 지난해 9월 무제한적인 부채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의회는 다른 국가의 부채를 인수하기 위해 영구적인 기구를 설립하지 못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특히 그에 따른 결과를 추산하기 힘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독일 법원은 지적했다. 문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문제에 빠진 국가들에는 결코 쉬운 옵션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3월 기준으로 2451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980억유로다. EPR에 따라 금을 담보로 맡길 경우 사실상 보유한 금을 전부 다 맡겨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금 전문가는 "현재 이탈리아 은행들을 도와준답시고 유럽 차원에서 취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이탈리아가 아닌 독일과 프랑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제안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최대 야당인 사회민주당(SDU)은 이와 같은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녹색당도 메르켈 총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위르겐 트리티 대표는 이와 같은 방식이 부채를 줄이면서도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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