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의 소통을 이야기하면 많은 관리자들이 자신은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데 찾아오는 이가 없다고 토로한다. 웬만한 회사는 상사와의 면담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마련해놓고 있다. 그런데 왜 그 제도를 이용하는 부하들이 없을까. 단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요식행위로서 말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과문제를 가지고 ‘쪼기’ 위한 전초전인 줄 아는데 누가 마음을 열고 대화에 임하겠는가. 누가 상급자에게 “팀장님, 바쁘시더라도 제 개인적 고충 좀 들어주세요” 라며 들이댈 수 있겠는가. 회사 짬밥 한번만 먹어봐도 통박이 굴러가는 이치 아니겠는가.직원과의 자연스런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취미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L사장은 사진을 통해 직원들을 사장실로 불러 개별대화를 갖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갖는다. 불러서는 자신의 취미인 사진촬영기술을 살려 개인 사진을 찍어준다. 미니 홈피용, 프로필용 등등 용도별로 다른 표정을 주문하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시도하는 것이다. CEO가 부르니 불편할 것 같아 얼어있던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며 다양한 사진을 30분씩 찍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열려 먼저 자신의 포즈를 제안하며 가까워진단다. 사진을 인화해 줄 때 기대사항 등까지 곁들여 주니 금상첨화이며 효과만점이 아닐수 없다. 그리고 직원들의 다양한 표정 사진은 회사 기념관에 전시한다. 다른 기업의 모 전무는 자신의 취미인 서예를 살려 휘호를 써주곤 한다. 직원과 이런 공감의 토대가 형성되면 부하들도 서서히 입을 절로 열게 된다. 부하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호프 이벤트’를 가진다고 해서 일시에, 일방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 리더와 부하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직원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때론 공간 이동도 고려해볼 만하다. 딱딱한 위계질서가 작동하는 사무실보다는 커피전문점 등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대화를 진행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음으로 시간 면에서 직원의 일과를 빼앗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종종 일부 리더들은 ‘직원과의 대화’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출근 전, 퇴근 후 같이 근무시간 외 티타임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부하들의 공감은 커녕 반감을 사기 십상이다. 직원에게 ‘상사와의 대화’를 일과 외의 ‘오버 타임’으로 복무하게 하지 말라.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회사 공식 다이어리에 대화 내용을 적으며, 직원에게 속사포처럼 질문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직원은 대화라기보다 취조로 여기기 쉽다. 상사는 대화 사항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지만 직원은 자신의 말이 모두 문서화된다는 사실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매번 같은 질문을 해 부하를 곤혹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 주요사항을 적어놓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꼭 적어야 한다면 대화가 끝난 후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소통은 소통 그 자체가 목적이거나, 리더 만족을 위한 요식행위가 돼서는 안된다. 직원의 상황 파악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 소통도 훈련이고,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꾸준히 학습할수록 향상된다. 부하가 마음을 여는 것은 상사 하기 나름이다. 기다리기 보다 부하와 데이트를 먼저 다가가 청하라. 상사의 주도권은 ‘에헴’이 아니라 ‘똑똑’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자세에 있다. 언제든 인간은 영적 동물이란 것을 잊지 말라. 물질적 매수로도, 도덕적 훈육으로도 내 사람을 만들 수 없다. 진정성이 바탕이 된 소통만이 직원을 감동시킬 수 있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한상오 기자 hanso110@ⓒ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