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압기기 시장서 쌓은 명성 모션콘트롤 사업서 굳힌다

코스닥의 潛龍들 ⑨ | TPC 메카트로닉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영국의 한 공장. 부품을 조립하던 남자가 기계 사이로 빠져 들어간다. 남자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여전히 부품 조이기에 바쁘다.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의 삶을 풍자한 영화,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이다. 그로부터 약 200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혁명이 도래했다. 혹자는 제 3의 혁명이라고 한다. 바로 ‘자동화혁명’이다. 인건비 절감, 24시간 풀가동, 사고 방지에 따른 생산성 증대의 이유에서 ‘공장 자동화’를 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TPC메카트로닉스는 공장 자동화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생산한다. 때문에 자동화 생산라인을 갖춘 공장은 모두 고객사의 범주에 든다. 반도체, LCD, 자동차, 식품에서부터 조선, 철강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1973년, 신호탄을 쏠 당시에는 일본의 S사와 합작 회사로 출발했다. 그러다 부품의 국산화를 외치며 독립했고, 자주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사업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지는 약 10년째다. 현재 사업분야는 크게 기존의 ‘공압기기’와 신사업인 ‘모션콘트롤’ 부문으로 나뉜다. 공압기기는 말 그대로 공기의 압력으로써 기기를 가동케 하는 장치로, 자동화 기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공압기기 제품으로는 실린더, 밸브, 공기청정화 등 약 200개 정도를 취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공압기기의 70% 이상은 외산이다. 엄재윤 TPC메카트로닉스 대표는 “국내업체로만 따졌을 때 TPC메카트로닉스는 공압기기 분야에서 점유율, 인지도, 생산량 등 다방면에서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업체를 놓고 봤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엄 대표는 “일본의 공압기기가 국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60%이상”이라면서 “대일무역역조 시정을 위해서는 국내 자동화부품 기업들이 좀 더 경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모션콘트롤 향후 10년내 매출 50% 정조준공압기기는 주요 에너지원이 ‘공기’인 만큼 깨끗하고, 구동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세밀한 공정에서 다소 뒤처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따라 출현한 것이 ‘모션콘트롤’이다. 모션콘트롤은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물론 모터나 제어기 등 장비의 원가는 더 높다. 공압기기 강국인 일본은 일찍이 모션콘트롤 사업 분야를 구축한 바 있다.

인천 제 1공장이 오는 6월 증축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사진은 제 1공장의 내부.[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엄 대표는 “반도체 등 정밀한 공정을 요구하는 산업의 확대로 모션콘트롤 시장에 대한 잠재성은 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공압기기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모션콘트롤 시장이 비교적 미개척지다 보니, 성장 속도가 더 높다는 판단이다. TPC메카트로닉스는 5년 전부터 모션콘트롤 부문에 발을 디뎠다. ‘자동화기기 부품’이라는 점에서 ‘공압기기’나 ‘모션콘트롤’이 일견 큰 기술적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엄 대표는 “기술적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면서 “모션콘트롤 관련 기업 두 개사를 인수하여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TPC메카트로닉스의 국내 공압기기 시장 점유율은 약 15%이고 모션콘트롤의 점유율은 약 2.5% 수준이다. 때문에 당분간은 신사업 분야의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엄 대표는 “현재 회사 매출액에서 모션콘트롤은 약 12%를 차지한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10년 내 50% 이상을 상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림잡아 10년을 보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면 5년 내로 달성할 수도 있다는 게 엄 대표의 말이다.흔히 신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하기 마련이지만 엄 대표는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사업에서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원가 경쟁력이고, 두 번째는 정확한 납기일과 서비스 속도다. 엄 대표는 “이와 같은 전략으로 모션콘트롤 대표제품인 리니어 시스템 분야의 일인자로 등극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中 진출 대대적 투자… 매출액 증대 본격시동 TPC 메카트로닉스는 6월 결산법인이다. 2011년 상반기(2010.7~2011.6)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9% 증가했다. 반면 하반기에는 매출 및 이익이 다소 감소세를 띨 것으로 점쳐진다. 엄 대표는 “글로벌 경기 악화로 각 기업에서 공장기기 등 설비에 대한 투자를 대폭적으로 줄인 것이 기계, 자동화 업계의 침체로 이어졌다”면서 “그 결과 자동화기기 산업 전반적으로 수요가 약 30%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흔히들 위기가 기회라고 한다. 엄 대표는 현재의 상황을 오히려 전략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그는 “시장이 침체돼 있으면 기업에서는 원가절감, 생산성 제고 등 현 상황에 대한 점검에 들어가기 마련”이라면서 “이 때가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회복이 가시화 되는 시기를 내년 상반기쯤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반등의 요소는 여러 가지다. 우선 경기가 차츰 회복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각 기업의 설비 투자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또, 회사 자체적인 투자에 따른 반응도 기대되는 시점이다. TPC메카트로닉스는 신규사업 진출을 알린 5년 전, 총 200억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이 중 120억은 ‘중국공장’ 설립에 쓰였다. 그 외의 금액은 신사업과 기존 공압기기 부문의 국내 설비 개선에 투입됐다.2008년 말 완공된 중국공장은 2009년 초 가동을 알렸다. 중국 공장에 투자 비중을 높인 이유는 중국 내 공장 자동화 흐름을 재빠르게 감지해서다. 엄 대표는 “최근 중국 내 공장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점차 자동화 추세를 띠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공압기기 위주로 공략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모션콘트롤도 본격적으로 생산 예정”이라고 중국 시장 상황을 전했다. 향후 회사 매출에도 중국공장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엄 대표는 “현재는 차분하게 씨앗을 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운을 떼며 “제품 인지도라는 것이 단기간에 갑작스레 올라가진 않지만 한 번 상승변곡점을 찍으면 기대할 만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국시장 내 매출액을 1000만~1500만 달러(약 170억)까지 달성하겠다는 게 엄 대표의 목표다. 이 밖에도 동남아시아, 미국시장 확보에 대한 전초기지도 마련했다. 현재 TPC메카트로닉스는 전 세계 약 240개의 대리점을 두고 있으며 수출액은 7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 마인드로 ‘제조회사’ 한계점 넘는다 오는 6월 말에는 인천 제 1공장의 증축을 앞두고 있다. 증축이 끝나면 3500평 규모의 공장으로 재탄생한다. 공장증축에 투자된 금액은 50억 정도로, 기존 공압기기 분야 생산력 확대를 위한 조치다. 엄 대표는 이에 따라 내년께는 2011년 상반기 매출액 대비 2배 수준인 15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매출액 확대를 위한 설비와 확실한 제품 등 환경 마련은 얼추 된 셈이다. 그렇지만 엄 대표는 이게 다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특히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엄 대표는 “제조회사라고 해서 제품만 잘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면서 “제조회사 또한 일종의 서비스업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때문에 TPC메카트로닉스는 ERP는 물론이고 PDM, CRM, KMS 등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공장자동화에 들어가는 공압기기는 시리즈별 종류만 해도 200개에 달한다. 납품처는 반도체, LCD, 자동차에서 철강, 조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종류별 부품 제조에 한창인 직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전산시스템 뿐만 아니다. 이보다 앞서 마련된 게 있다. 바로 고객과의 약속을 중시하겠다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이다. 엄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를 테면 ‘바다’가 되라고 강조한다. 모든 강은 결국 바다로 흐른다. 개별업무에 치중하기보다 ‘고객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목표 의식을 가지면 개별업무는 자연스레 달성하게끔 된다는 의미다. 제조회사이지만 마치 서비스업 같은 ‘철저한 고객중심주의’. 이러한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결국 TPC 메카트로닉스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엄 대표는 직원들의 고객중심적인 성향을 수시로 체감한다고 귀띔했다. 특별한 ‘모니터링’을 통해서다. TPC 메카트로닉스에서는 전화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회사 관계자가 고객인 것처럼 불시에 전화를 걸어보는 식이다. 직원들의 점수는 매번 합격점이다. 철저한 A/S도 TPC메카트로닉스의 고객중심주의를 잘 보여준다.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 할 경우 즉시 새 제품으로 보내줘 기존 제품이 수리되는 동안 쓸 수 있도록 한다. 고객사의 생산마비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다. 제품을 수리하는 동안에는 수리 과정을 메시지로 공지하여 고객을 기다리지 않게 한다. 엄 대표는 TPC메카트로닉스의 미국 지사에 근무했었다. 그러던 1995년 본사의 CEO부임했다. 그런 그에게 그간의 성과를 평가해달라고 물었다. 시종일관 자신감을 내비치던 엄 대표는 이 순간만큼은 말을 아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의 성과보다 향후 성장가능성에 주목해 달라는 겸손한 당부였다.이동헌 한양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경기회복 기대감, 공장자동화 수요 늘것”
TPC는 생산설비 자동화 부품회사다. 주력제품인 공기압 실린더와 밸브가 매출의 7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리니어모션과 기타 부품이 차지한다. 대부분 내수매출이며 국내 공기압과 리니어모션 시장은 각각 6000억원,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주요 경쟁사는SMC(일본)와 FESTO(독일)이며 점유율은 각각 50%, 15%다. TPC메카트로닉스는 15% 수준이다. 현재 공장 증설 중이며 6월말 완공 예정이다. 완공 시 생산 Capa는 기존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50%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증설에는 Capa 문제로 작년 전방산업 수요 증가에 따라 대응이 늦었던 경험이 반영됐다. 2012FY(2011.6~2012.6)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YoY +0.1%, -25.3% 변동한 733억원, 62억원이 예상되며 이익하락은 특별성과급과 인원확충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에 기인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 가능성의 대두로 국내설비투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교체수요와 유지보수 물량에 따른 실적 안정성으로 2Q12FY에도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로서 국내 설비투자 회복시기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 중이고 자동차산업 투자업황이 꾸준한 상황이며 반도체, IT 관련 설비투자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어 설비투자 경기는 사실상 바닥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적상승은 더딜 수 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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