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강물이 흐르네/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은결을 도도네/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 곳/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1922년 일본 청산학원 영문과 수학'이라는 약력은 국어에 대한 이 시인의 깊은 애착을 뒤집어 보여주는 이유가 될까. 3.1 운동 이후 일제가 민족 회유책으로 실시한 문화정책의 시기에 영랑은 일본에 유학을 갔다. 거기서 배운 학문은 또, 서구의 언어였다. 젊은이답게 가슴에는 이 나라에 대한 사랑이 끓고 있었으리라. 시는 그러나, 그런 외부로부터 절연된 채 고요하다. 그걸 문제 삼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걸 비극의 크기로 읽어내야 제대로 시대와 시를 함께 읽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시는 아름답지만 자폐적인 구석이 있다. 어쩌면 지적인 가책과 한 시대의 상심으로 뒤엉킨 지식인의 내부에 대한 '무표정'으로 위장한 보고서일까. 영랑이 저 강물을 마음 속에서 찾아내기 전까지, 그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오래 마음 속을 들여다 보았을까. 밖은 도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시인은 고개를 틀어 저렇듯 내내 안을 들여보고 있었던가. 아프다.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