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국채매입 재개할까..논란 불가피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11일(현지시간) 유럽 증시가 반등하고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한 ECB 집행위원의 발언 영향이 컸다. 하지만 ECB가 이미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을 통해 1조유로가 넘는 자금을 풀었고 때문에 독일 등 일각에서 ECB가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국채 매입 재개와 관련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꾀레 ECB 집행위원 "국채매입 유효"= 논란의 불을 지핀 이는 브느와 꾀레 ECB 집행위원이었다. 그는 이날 파리에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페인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스페인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국채 금리 상승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꾀레는 ECB가 개입할 것이냐고 자문하며 최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꾀레 위원은 스페인이 개혁을 위해 상당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칭찬하면서도 정부가 강력한 재정적자 감축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꾀레 위원의 발언이 최근 ECB의 가장 논란거리였던 국채 매입에 논란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가 의회에 새 예산안을 제출한 지난 2일 이후 스페인 국채 금리는 치솟고 있다. 예산안에서 스페인 정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EU가 정한 한도 60%를 크게 웃도는 79.8%로 급 등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달 초 5.3% 수준이었던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 5.98%까지 치솟았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의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이에 꾀레 의원의 발언으로 ECB가 유로존 국가의 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최근 거듭 스페인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며 강력한 긴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그는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제금융설에 대해서는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메릴린치 웰스 매니지먼트의 빌 오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페인이 구제금융 대신 적극적으로 ECB로부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며 ECB가 스페인 등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최대 은행 방코 산탄데르의 알프레도 사네스 최고경영자(CEO)도 10일 "ECB가 국채 매입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실비오 페루조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초점이 각국 재정적자와 경제여건에 맞춰지면서 이번 2분기에 유럽 부채위기에 대한 상당한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ECB는 금융시장에 복귀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1조유로 풀었는데..獨 반대 거셀듯= ECB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의 LTRO 입찰을 통해 유럽 금융시장에 총 1조유로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한 후 국채 금리가 하향안정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지난 4주 가량 유로존 국채를 전혀 매입하지 않았다. ECB의 국채 매입은 사실상 1월 이후 중단된 상황이다. ECB는 2010년 5월부터 국채 매입을 실시했으며 현재 ECB는 2140억달러의 유로존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ECB가 국채 매입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이어졌다. 국채 매입을 반대했던 이들은 국채 매입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인플레를 유발해 더 큰 위기를 최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또 ECB가 시장 개입을 통해 유로존 국채 금리를 낮춰주면 각국 정부의 긴축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전 총재는 ECB의 국채 매입 조치에 반대하다 사임했으며 그의 뒤를 이은 옌스 바이트만 총재도 최근 ECB가 출구전략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마리오 드라기 현 ECB 총재를 압박했다. 드라기 총재도 두 차례의 LTRO 입찰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이후에는 유럽 각국 정부가 적자 감축 등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추가 부양조치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마르코 발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수준이 ECB의 개입을 이끌어낼 정도로 충분치 않다며 국채 매입 재개는 아마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CB는 이미 1조유로 유동성 공급을 통해 ECB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며 공은 이미 각국 정부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의 토마스 코스테그 이코노미스트도 국채 매입 재개는 상당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며 특히 국채 매입을 정치적 도구로 인식하는 북부 유럽 국가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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