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올 들어 국민연금이 상장회사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 증시 공시일 기준으로 지난 4일까지 국민연금은 225개 주주총회에 참석해 1059개 안건 중 201건에 반대표를 던져 반대 비율이 19%에 이르렀다. 예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 5년간 이 비율이 연도별로 5~8%에 머물렀다는 점을 떠올리면 올해 국민연금의 태도가 꽤 적극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대로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분율이 높은 지배주주 측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국민연금을 표결로 눌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회사의 대주주와 경영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과는 제법 컸다. 삼성ㆍLGㆍ한진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도 주총에서 이사와 감사 선임이나 이사보수 한도에 관한 안건을 처리할 때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나선 국민연금의 눈치를 봐야 했다. 포스코와 대림산업은 임원의 책임한도 축소와 관련된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려다가 국민연금의 반대를 고려해 포기했다. 올해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나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국민연금이 적절한 주주권 행사로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는 여론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민연금이 이런 여론을 수용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것은 다행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 중 회사에 대한 이사의 책임 제한에 관한 조항 등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많은 상장회사가 올해 주총에서 그러한 개정 상법 조항을 회사 정관에 반영하는 안건을 상정하자 국민연금이 이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이런 변모는 상장기업의 부실 경영이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주총에 제안된 안건에 대해 찬반 표시만 하는 수동적 행동에 그치지 말고 이사나 감사를 직접 추천하는 등 능동적 행동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개선해 그 중립성ㆍ대표성ㆍ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