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플로리안 뮐러' 때문에 웃고 우는 사연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플로리안 뮐러

삼성전자가 '플로리안 뮐러' 고민에 빠졌다. 뮐러(41)는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정보기술(IT) 업계의 특허 컨설턴트다. 자신의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에 삼성-애플 특허 소송 상황을 부지런히 전달한다. 전 세계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포천 등 유력 외신들도 뮐러가 제공하는 정보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뮐러의 이슈 해석 방향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소송 문제가 불거지면 뮐러는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을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 소송을 치르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브랜드가 올라간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전자의 소식을 꼬박 꼬박 챙겨 전하는 뮐러가 우리 입장에서는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그는 "뮐러가 제공하는 정보가 상당히 정확하고 빠르다"며 "애플과의 특허 소송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직원조차 몰랐던 내용을 먼저 취재하고 전달해 뮐러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따로 체크하며 소송 동향을 파악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뮐러가 전하는 내용을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에서 인용 보도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뮐러는 지난해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을 때부터 소송과 관련한 양사의 정황을 가장 먼저 또 정확하게 취재했다. 삼성전자가 법원에서 아이패드의 디자인은 1968년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에서 나온 기기와 똑같다고 주장한 사실도 뮐러가 가장 먼저 전했다.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 전 세계가 취재 대상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뮐러는 좋은 정보원임과 동시에 골칫거리다. 뮐러가 프랜드 문제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에 3세대(3G) 통신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애플은 이 특허가 먼저 사용하고 나중에 사용료를 줘도 된다고 규정한 프랜드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프랜드가 인정되면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모두 무력화될 수 있다. 국내 특허 소송 전문가는 "뮐러는 '유럽연합(EU)이 사실상 삼성전자가 주장한 특허가 프랜드의 적용을 받는다고 인정하고 있다', '향후 소송도 프랜드 조항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며 "이는 복잡한 특허 문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삼성전자에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을 애플이 삼성전자에 특허 사용료를 얼마나 주느냐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애플은 독일 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아이폰 판매 가격의 2.4%를 로열티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열티를 낮추기 위해 애플이 갤럭시 시리즈의 디자인 권리 및 사용자환경(UI)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관측도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뮐러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전달하고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이면서 소송 관련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며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보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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