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이민우 기자]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총선정국을 달구고 있다. KBS새노조가 공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문건이 정치권과 4.11총선을 앞둔 민심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 논란은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폭로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주로 증거인멸과 회유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이번 사찰문건은 공기업 언론 재벌 노조 등 전방위적인 사찰 자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헌법 위반, 국기 문란 사안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이 문제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법사찰 논란의 핵심쟁점들을 사실관계별로 정리해봤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있었나?=이명박 정권에서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용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자료삭제를 지시하고 2000만원을 건넨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KBS새노조가 공개한 2616건 가운데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문건은 86건이다. 2010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 사찰 등의 문건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사찰 대상이 된 민간단체나 개인에는 이미 보도된 김종익씨, 남경필 의원, KBSㆍMBCㆍYTN 외에도 개신교계 S목사, 방송관련 단체 K이사장 등이 포함됐다고 새노조는 추가로 폭로했다. 공기업 임직원을 다루는 문건이나 항목은 85건으로 이 가운데 21건이 비정상적 감찰이라고 KBS새노조는 주장했다.◆참여정부 사찰이냐, MB 정부 사찰이냐=현재 문건을 통해 서 확인된 내용은 이 문건이 두 정권에서 모두 작성됐다는 점이다. 단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 여부를 둘러싸고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불법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 2003년 김영환 의원과 인천시 윤덕선 농구협회장, 2004년 허성식 민주당 인권위원장 등에 대한 동태 파악이 그 예다. 이에대해 민주당은 청와대가 지적한 내용 모두가 정상적인 감찰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5개 USB에 뭐가 담겼나?=KBS 새노조가 공개한 문건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김기현 씨가 보관하던 USB 5개에 들어있던 파일이다. 각 USB 별(편의상 1∼5번)로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수백 개의 파일이 들어있다. 1번은 사찰과 직접 관련된 파일이 없고 2번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08년~2010년 만들어진 파일들이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드러나 형사처벌로 이어진 김종익씨 관련 자료,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실적, 하명사건 처리부 목록,각종 비위자료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3번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라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의 비위 첩보 파일 3개가 들어있다. 초미의 관심이 4,5번이다. 청와대가 주장한 노무현 정부 시절 2005년~2007년 경찰청 또는 각 지방청이 자체 생산한 관련 감찰자료, 보도자료, 동향 보고 자료 등이다. 검찰은 김기현 씨 USB외에 2010년 1차 수사당시 기록을 담은 권중기씨(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경정) USB, 장진수 주무관 전임자의 USB 등 2개를 확보한 상태다. 2개 USB의 문건이 공개되면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대통령은 직보 받았나?=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사찰을 직보 받았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보고서를 '민정수석실 보고용'과 '직보용' 두 가지로 나눠 작성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실의 문서 중 사안에 따라 자체 종결한 것도 있고, 청와대에 보고한 사안도 있다. 다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생산한 보고서 자체가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 중 민간인 불법 사찰내용이 보고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몸통'을 자처한 이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간간이 보고했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비서관은 정동기 민정수석 시절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장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둘이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반박했다. ◆물타기냐 부풀리기냐?=KBS새노조의 폭로 이후 여야는 서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물타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흠집에 대해선 '부풀리기' 하고 있다. 문건 공개 직후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민 2600여명에 대한 불법 사찰 진행상황"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이틀 뒤인 31일부터 작성 시점과 내용이 달리 해석되기 시작했다. 문건을 공개한 KBS새노조도 문서작성시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총선 시점에 맞춰 성급하게 이슈를 만들려다 보니 '부풀리기' 폭로였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80%는 참여정부 것"이라는 주장도 '물타기'다. 사태의 본질은 현 정권의 '민간인 사찰'이며, 전 정권의 '경찰 보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야당은 이러한 본질에는 침묵하고 전 정권을 끌어들여 정치적 '물타기'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KBS새노조 측도 김종익씨 외에도 다수에게 행해졌다는 의혹이 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며 "여론호도용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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