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했던 192개사 '슈퍼 주총데이'

주주·사측 배당문제로 육박전 직전까지

-KT선 '이석채 퇴진' 시위도[아시아경제 산업부]유가증권시장법인 147개가, 코스닥시장법인 57개사가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한 '주총 빅데이'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건을 무난하게 처리했지만 전쟁터를 방불케 한 주총장도 있었다. 16일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 사측이 배당문제로 정면 충돌하며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주총장은 시작 1시간여 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자리가 꽉 찼다. 의장을 맡은 김웅 남양유업 대표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된 주총장은 몸싸움만 없었을 뿐 사실상 육박전이나 다름 없었다. 주주들은 서로 발언권을 달라며 "의장"을 외쳐댔고, 이 과정에서 주총장 내에서는 주주들간의 고성이 오갔다. 특히 이날 라자드 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펀드(라자드펀드)는 보통주 2만5000원, 우선주 2만5050원의 배당과 함께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동일권 라자드펀드 대표는 "동종업계만 보더라도 빙그레의 경우 1.5%, 농심 1.97% 등으로 업계 평균 배당 수익이 1%를 상회하고 있다. 남양유업만 시가배당율이 1%를 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투표를 통해 사측이 제안한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050원으로 배당을 결정했다. 의장인 김 대표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장의 고액 배당보다는 신규 사업 등에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임을 감안해 달라"고 당부했다.삼성전자 주총서도 발언을 원하는 주주들이 몰리며 시작부터 장내 소란이 있었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임직원들은 성과급 많이 받아가고 임원들 연봉은 수백억이 넘는데 배당금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주주는 "배당을 많이 해봤자 외국인 대주주만 배불리는 일"이라며 "배당보다는 사회공헌 등을 통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달라"고 언급했다. 최지성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문원 삼성노동조합 해고복직 투쟁 부위원장은 삼성전자의 문제점을 나열한 피켓까지 준비해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참석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 부회장이 중요한 현안에 대해 고개를 돌리고 있어 재선임에 반대한다"며 "현안이란 박종태 대리 복직, 백혈병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삼성 노조에 대한 악의적 비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표이사도 아니면서 권한을 행사하는 이건희 회장에게 제대로 된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최 부회장은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한 것도 있고, 설명 드릴 수 없는 점도 있으며, 대표이사로의 권한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회사로 찾아오면 대표이사와 경영진으로 반올림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겠다"고 답하며 반대 의견 취소를 이끌어 냈다. KT역시 우면동 KT기술센터에서 개최한 주주총회에 일부 참석자들이 '이석채 회장 퇴진'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이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이 회장이 의사발언을 하는 와중에도 일부 주주들은 발언권을 신청하며 소란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정숙을 요구하는 주주들도 있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주주들에 의해 의사진행이 일시 중단되자 이 회장은 "주총 규정에 의거해 계속 소란을 벌일 경우 퇴장 조치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꺼냈다. 이후 일부 주주가 주총현장에서 퇴장 당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연임건은 당초 원안대로 의결됐지만 연임이 확정되자 주총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개정 상법의 이사 책임 축소 규정에 따라 회사 정관을 바꾸려던 기업들도 소액주주들에 의해 정관 변경이 좌절되는 시련을 겪었다. 대림산업과 풍산은 주총전 정관 변경을 포기했고 포스코는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이사회 권한 강화, 이사 책임 축소안이 수정됐다. 포스코 소액주주들은 "제2호 의안인 정관변경건이 이사회 책임을 줄이는 쪽으로 돼 있다"면서 "이를 원래대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정준양 주총 의장(회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를 법률 전문가 측에 물었고, "문제 없다"는 회신을 받은 뒤 이를 받아들였다.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주주총회를 진행하는만큼 소액주주 의견에 따라 수정 가결되는 사례가 자주 있다"면서 "이사회 권한 강화, 책임 축소 등은 개정 상법 반영으로 안건에 올랐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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