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해 들어 대출금리를 너무 많이 올렸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은행의 신규 가계신용대출 금리가 지난해 12월 연 6.07%에서 올해 1월 7.23%로 상승했다. 한 달 사이에 무려 1.16%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의 7.94% 이후 3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아파트 계약자를 위한 집단대출을 제외한 일반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연 8.16%까지 치솟았다. 일반 개인이 은행에 가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거나 신규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연 8%가 넘는 고금리가 부과된다는 얘기다. 가계대출 전체로 보면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가 지난해 12월 5.37%에서 올해 1월 5.80%로 0.43%포인트나 올랐다. 시중금리가 하락 추세인데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크게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고객으로서는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중반 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25%로 계속 동결시킨 가운데 시중금리는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려 고배당 잔치를 벌이다가 비난 여론의 역풍을 맞다 보니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은행들이 올해 들어서는 너도 나도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부실화 방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핑계를 댄다.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있는 지점장 전결금리 운용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른 부담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흡수해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대로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 그 증거 중 하나가 예대마진 확대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추었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1월 은행들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3.75%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예대마진이 한 달 사이에 0.12%포인트 확대되어 2.04%포인트에 이르렀다. 은행들이 입으로만 '고객님'을 연발할 뿐 실제로는 고객을 눈치볼 필요도 없는 만만한 '봉'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청난 이익을 내서 배당 잔치와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금융당국의 감독권 행사가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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