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식 환경 평가지수 필요

한택환 서경대학교 경제학 교수

최근 우리나라의 EPI(환경성과지수ㆍ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국가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EPI 지수란 미국의 예일대 환경법ㆍ정책센터 및 컬럼비아대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가 공동으로 국가별 환경개선 성과를 평가하는 환경분야 종합지수로서 2년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다. 우리나라는 종합순위에서 132개국 중 43위로 평가됐으며 이는 2010년 EPI 순위(94위)보다 51계단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새로 발표된 개선추세 평가에서는 우리나라가 전체 13위의 높은 순위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환경보전 노력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할 수 있다. 2010년에는 그 전 2008년 순위 51위에서 크게 하락한 93위로 내려앉아 우리를 실망시켰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특히 EPI 측은 개선 우수사례로 서울의 대기질 개선을 지목, 소개했다.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EPI 지수를 부문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급격한 산업화 등의 열악한 조건에도 물과 대기, 산림 등 환경개선 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순위인 기후변화와 농업보조금 등의 분야에서 순위를 올리기 위해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정책변화를 위해서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켜주고 있다.우리는 각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 수준이 얼마인지 알고 있고 이를 통해 그 나라의 경제수준을 상당 부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분야에서 1인당 GNP와 같은 지표가 있는가? 없다. EPI는 불완전하지만 이러한 1인당 GNP나 경제성장률과 같은 지표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의 질은 그 자체로 복지의 한 축을 이루는 것으로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우선순위를 가지지만 단지 거기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화된 이 시대에 환경의 질이 우수한 지역과 국가는 우수한 인재와 우수한 기업을 끌어모으며 이는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스모그가 뿌옇게 끼고 교통체증이 극심하며, 녹지도 없는 지역에 최고 수준의 금융기관과 소프트웨어 기업이 입주할 리 없다. 환경의 개선은 국민복지와 경쟁력 강화라는 양대 관점에서 21세기 대한민국 국가전략의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GNP의 정확한 추계 없이 경제성장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확한 환경지수와 지표의 산정이 곧바로 환경개선의 기본전제라는 것도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환경정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이는 핵심 환경 지표를 개발하고 이 지표를 잘 관리한 덕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수와 지표가 이슈 중심이고 개별 과제 중심이었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측면을 결여하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경제부문의 성장과 비견되는 환경부문의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EPI와 같은 간명하고 종합적인 지수를 이용해 일반 시민에게 널리 알리고 이를 정책추진의 동력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EPI와 같은 지수를 이용하여 환경을 관리한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PI 자체는 훌륭한 지수체계지만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작성된 이 지수를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을 일관되게 평가하는 용도로 쓸 수는 없다. EPI가 주는 국제적 관점을 유지하되 우리 실정을 반영할 수 있는 한국판 EPI('K-EPI')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경제성장률, GNP, 물가상승률 등의 데이터를 작성하듯 'K-EPI' 지수를 부문별ㆍ산업별ㆍ지역별로 작성하면 환경성과를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한택환 서경대학교 경제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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