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지주가 3조1000억원, KB금융이 2조3730억원, 하나금융이 1조2280억원의 순익을 냈다고 어제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2조원대, 기업은행과 외환은행도 1조원대 순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전체 순익은 약 12조원으로 전년보다 2조7000억원(29.2%) 증가했다. 1조원 이상 순익을 낸 상장사는 21곳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6곳이 은행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대다수 상장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어닝 쇼크를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만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이익을 낸 셈이다. 순익 1조클럽에 은행이 6곳이나 입성하기는 처음이지만 박수 받을 일이 못 된다.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힘들게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 거둔 이익이 아닌 국내에서 손쉽게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우월적 위치에서 이자와 수수료를 따먹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한 결과라서 그렇다. 은행권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은 2009년 2.68%포인트에서 지난해 2.96%포인트로 높아졌다. 수수료 종류가 많고 금액도 높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일부 수수료를 낮췄지만 수수료 수익만으로 4조9000억원을 챙겼다. 은행들은 수수료를 정비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거라고 엄살을 부렸지만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더구나 순익 1조클럽 은행마저 대출하며 꺾기를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1년 금융당국에 적발된 꺾기 행위만 1046건(203억원)이다. 특히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601건(135억원)으로 '꺾기왕'이 '순익 넘버2'란 진기록을 갖게 됐다. 과거 꺾기는 주로 적금 가입으로 원금 손실이 없었던 반면 요즘은 펀드ㆍ방카슈랑스 가입 강요가 많아 고객으로서는 원금마저 까먹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판에도 고액 연봉에 배당과 보너스 잔치를 벌이니 금융권의 탐욕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다. 고객예금이 장사 밑천인 은행들로서는 지난해 영업실적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야 한다. 대출금리를 낮춰 예대마진을 축소하는 한편 송금ㆍ현금지급기에 한정됐던 수수료 인하를 펀드 및 중도상환수수료까지 확대하고 꺾기 추방을 선언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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