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추진해온 '이익공유제'가 대기업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용 머리를 그리려다 뱀 꼬리를 그린 꼴'이 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어제 대기업 쪽 위원도 일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초과이익공유제' 대신 '협력이익배분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동 협력사업의 결과로 대기업이 얻은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방안이다. 기본 발상은 이익공유제와 같지만 대기업의 순이익이나 목표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게 한다는 이익공유제의 원래 취지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일부 대기업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성과공유제와 별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도입 여부와 방식을 대기업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대기업으로서는 그동안 이익공유제 논란으로 받던 압박감을 거의 다 털어낼 수 있게 됐다. 동반성장위는 행정적 강제력이 없는 민간기구다. 따라서 이익공유제든 협력이익배분제든 동반성장위가 대기업에 강요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동반성장위가 가진 압박수단이라야 기업별로 동반성장 경영 이행실적을 보여주는 '동반성장지수'를 정기적으로 계산해 발표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협력이익배분제는 이 지수에 기본요소가 아닌 '가점요소'로만 반영하기로 했다. 동반성장을 위해 '당연히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협력이익'이라는 개념 자체도 모호해 대기업이 기존의 성과배분 중 일부를 협력이익배분으로 재포장해 내보여도 그건 아니라고 할 근거가 없을 것 같다. 동반성장위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반공식적으로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이런 기구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사회적 논의의 전선을 이번에 크게 후퇴시킨 것이다. 논의의 개혁성이 크게 약해진 셈이다. 대기업이 이탈하는 것을 막는 효과는 거두었는지 몰라도 중소기업계와 일반 국민의 지지기반은 그로 인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야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실효성 없는 말의 성찬'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익공유제 논란을 엉거주춤 덮은 동반성장위는 다음 과제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스카우트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을 더 벌이기보다는 동반성장지수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기존 과제부터 내실 있게 수행하는 게 낫겠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