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 로비'실체 드러낼까..정용욱 주목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수백억원대 교비 횡령 및 탈세 혐의로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정용욱(50ㆍ해외체류) 전 방송통신위원회 정책보좌역 수사를 위한 준비를 차근 차근 밟아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전보좌역의 금품 수수의혹이 많은데다 받은 돈이 정관계에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높아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검찰 고위 관계자는 26일 "김학인 전 이사장이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정 전 보좌역은 현재 물증이 없어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김 이사장의 혐의입증에 주력하고 있지만 물증만 확보되면 언제든지 정 전 보좌역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김 이사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횡령 자금의 용처를 모두 밝혀내진 못해 일단 김 이사장을 재판에 넘긴 뒤 자금흐름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최근 3∼4년간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수강생들이 내는 수업료를 개인 명의 계좌로 받아 빼돌리는 수법 등으로 31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김 이사장이 빼돌린 자금을 신촌ㆍ서대문 일대와 해외 부동산 투자 등에 일부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김 이사장은 또 공사비 과다 책정 등을 통해 매출을 줄이고 비용을 늘리는 수법으로 법인세 54억원을 탈루한 것도 확인했다.김 이사장이 이 과정에서 26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도 밝혀냈다.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이사장이 중국 등 해외 출장 과정에서 4억원 이상을 국외로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으나 추가 확인을 위해 공소사실엔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이 파악 중인 김 이사장의 횡령액 중 아직 용처가 규명되지 않은 금액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 돈이 정ㆍ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김 이사장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검찰은 특히 김 이사장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중 EBS이사 선임 과정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측에 로비에 나섰다는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핵심인물이 바로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고,방통위의 실세로 꼽힌 정 전 보좌역이 있다. 그는 2009년 9월 김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을 도와주는 대가로 2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검찰은 "횡령 등 비리 의혹을 폭로하겠다"며 김 이사장을 협박해 10억원 상당의 이익을 받아 챙긴 최모(38ㆍ구속기소) 전 한예진 재무담당 직원으로부터 김 이사장의 방통위 공무원에 대한 금품 제공 내역이 담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10년 이상 한예진 회계를 담당하며 김 전 이사장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를 훤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정 전 보좌역은 2억원 수수 의혹 외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한 채널 배정 및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등과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골프 회원권을 포함한 수억원대 금품을 받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또 방송ㆍ통신정책을 좌우하는 방통위에서 사실상 민원 창구 역할을 맡아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검찰은 겉으로는 '관심밖'라고 말하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정 전 보좌역이 받아 챙긴 돈이 정ㆍ관계로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정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정 전 보좌역은 지난해 10월 방통위 정책보좌역을 그만두고 부인과 함께 동남아시아로 출국해 최근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는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검찰이 강제구인에 나서더라도 신병확보가 쉽지 않아 검찰이 고심하고 있다. 정 전 보좌관은 최근까지 측근을 통해 25ㆍ26일 무렵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관계자는 "정 전 보좌역으로부터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연락은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정 전 보좌역을 직접 조사하기 위한 관계자 진술과 물증이 확보되지 않아 그간 입국통보를 비롯한 직접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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