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적 책임' 무색한 삼성·LG의 담합

2008년 10월. 값이 20만원 후반 대여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0㎏들이 전자동 세탁기 3개 모델이 갑자기 시장에서 사라졌다. 반면 고가인 드럼 세탁기 6개 모델은 값이 10여만원이나 더 올랐다. 두 회사가 값싼 제품은 생산을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이문이 많은 대체 제품은 가격을 인상하기로 짠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입은 셈이다. 그 사유가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08년부터 길게는 11개월 동안 세탁기와 평판TV, 노트북 PC의 값을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것이다. 두 회사의 담합 행위는 자신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준 소비자에 대한 배신 행위다. 더구나 2008년 말이면 금융위기로 서민 살림살이가 가뜩이나 어려웠을 때다. 그런 상황에서 잇속을 더 챙기겠다고 담합했다니 삼성과 LG가 강조하는 '사회적 책임'이나 '정도경영'이 무색하다.  문제는 두 회사의 부도덕한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회사는 2010년에도 광주지방교육청 등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200억원가량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과 공급량 담합에 이어 세 번째다.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에 258억1400만원, LG전자에 188억3300만원 등 모두 446억47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그나마도 담합 사실을 신고하면 특혜를 주는 리니언시 제도로 LG전자는 과징금의 전액, 삼성전자는 절반을 감액 받는다. 두 회사의 독과점 구조나 소비자가 본 피해를 따져볼 때 턱없이 약한 처벌이 아닐 수 없다.  두 회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다워야 한다. 담합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그릇된 행태는 버려야 한다. 소비자의 이익을 지켜주면서 기업의 이익도 추구하는 게 바른길이다. 두 회사는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는 등 재발 방지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담합을 반복할 경우에는 무조건 과징금을 면제할 게 아니라 징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리니언시 제도를 고쳐야 한다. 소비자 손해배상 청구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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