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마지막 회 SBS 월-화 밤 9시 55분천일이 지났고, 약속은 지켜졌다. 급속도로 병세가 악화된 서연(수애)은 고모(오미연)와 재민(이상우), 지형(김래원)을 잊어갔다. 무엇보다 “너는 이서연이야. 신춘문예 당선 작가야. 일 잘하기로 소문났던 이서연 팀장이야. 이건 아니잖아”라는 지형의 절규처럼 ‘이서연’의 알맹이는 잃은 채 ‘주인 없는 빈 집’이 되어 끝내 세상을 떠났다. 약 3년, 이 ‘천일’의 시간 동안 그녀의 기구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천형을 함께 나누며 지켜주겠다 ‘약속’했던 이들은 이를 지켰다. <천일의 약속>은 서로를 운명이라 믿은 남녀가 타인을 상처 입힐지라도 쟁취하고자 했던 사랑 이야기였고, 세상 무엇보다 자존심이 중요했던 한 인간이 지워지는 존재의 흔적을 지키고자 했던 처절한 투쟁기였다. 무엇보다 삶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불쌍한 여인을 위해 기꺼이 함께 “십자가 지고 산을 올라”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서연에게 사랑하는 남자를 뺏기고, 전도유망한 아들을 잃고, 뺨을 맞고,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너는 나고, 나는 너 자신이야. 우리 한 사람이야”라 말하며 자신의 삶을 걸고 서연을 끌어안았던 지형은 스스로도 잊은 그녀의 생을 끝까지 기억할 것이다. 이 같은 선의와 사랑은 어쩌면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천일의 약속>은 많은 이를 설득하는데 실패했을 지도 모른다. 팍팍하고 고단했던 과거와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을 앗아간 병마는 누군가를 안타까워하기에 충분한 장치다. 하지만 이 불행이 불쌍히 여기기만 하면 되는 타인의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이나 가족에게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천일의 약속>이 던진 이 질문과 ‘사랑과 헌신’이라는 대답은 각자의 삶을 추스르고 살기에도 벅찬 평범한 우리가 흔쾌히 받아들이기엔 너무 무거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이 이야기는 가슴에 남아 살아가는 동안 때때로 물을 것이고 우리는 그 때 자신의 삶에 비추어 답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 김수현의 힘이고 선물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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