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의 절대군주로 불려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북한 최고권력이 한동안 공백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불안정성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김정은 후계체제가 불안정하긴 하지만 김 위원장의 부재가 곧바로 북한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 북한의 체제 붕괴를 점치는 시각이 있었지만, 북한은 이후에도 10여 년간 체제를 유지해왔다. 북한당국도 이를 충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매체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사망한 지 이틀이나 지난 19일 보도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내부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사망소식과 함께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며 사실상 김정은 영도체제를 선언했다.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사실상 북한권력를 이끌게 될 것임을 선언한 셈이다. 김정은의 핵심측근 중에서는 우선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고모인 김경희 경공업 부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작년 10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과 함께 급부상한 장성택 등은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활동에도 거의 빠짐없이 따라다닐 정도로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정은이 지난 1년간 후계자로서 수업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확고한 기반을 다지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앞으로 장성택과 김경희가 사실상 전면에 나서 후계체제 공고화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부에서는 작년 당대표자회를 통해 급부상한 리영호 군총참모장이 있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김정은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체제 구축을 고민하며 그를 핵심요직에 앉혔다는 분석이 있다. 또 한명의 군부인사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다. 인민무력부 산하에 설치된 정찰총국은 2009년 2월∼4월 노동당의 35호실과 작전부가 합병된 조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 김영철 역시 김정은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급사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던 김정은의 후계체제 공고화 작업도 상당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록 당ㆍ정ㆍ군을 김정은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구세력이 권력의 핵심부에 존재하고 일부는 김정은의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지금의 비상시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최고 권력을 둘러싼 권력자들 간의 암투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또 현재의 긴박한 상황을 놓고 볼 때 군부 쿠데타에 의한 김일성 가계의 권력붕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당국도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다. 김일성 사망 당시의 경험이 있는 데다 북한으로서는 민감한 체제붕괴를 언급했다가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김정은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3대 세습에는 여러가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2010년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지만 권력 승계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측 주장에 따르면 김정은은 29살에 불과해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계 구도에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도움이 필수적이란 전망이다.그러나 힘이 커질대로 커진 장성택이 손에 쥔 권력을 김정은에게 순순히 넘겨줄지는 미지수다. 김정일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상황에서 장 부위원장의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도 있지만 최대의 라이벌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북한문제 전문가는 19일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독자시대를 열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권력투쟁과 업적쌓기를 통해 권력을 만들어 갔지만, 김정은은 조기에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입장"이라며 "대외적 요소보다는 오히려 내부의 권력투쟁이 김정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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