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아시아 국가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를 잘 견디면서 국가 신용등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탄탄한 성장률과 두둑한 달러자금, 낮은 국가부채비율 등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유로존 15개 국가의 신용등급이 부정적 관찰대상에 오르고 독일과 프랑스가 AAA 등급을 박탁당할 지경에 이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많은 투자자들이 아시아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염두에 두고 투자자산을 배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각종 지표는 아시아 경제의 건실함을 잘 보여준다. 우선,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가 낮다.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의 올해 5년물 CDS 금리는 평균 65~163bp(100bp=1%포인트) 올랐다.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 17개국의 CDS 금리가 122~305bp 오른 데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이탈리아의 CDS 금리는 438bp까지 치솟았고 AAA 등급의 프랑스 CDS 금리도 187bp까지 치솟았다. 중국(131bp)과 말레이시아(132bp), 태국(178bp), 필리핀(183bp)보다 훨씬 높다.성장률도 나쁘지 않다. 일본을 제외한 상위 10개 아시아 국가들의 3·4분기 평균 성장률은 5.2%를 기록했다. 이는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 1.4%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외환보유고도 가득 채워 놓았다.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은 전체 글로벌 외환보유고 10조20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5조2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3조2000억달러, 일본이 1조3000억달러가 넘는다.공공부채비율도 낮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 26%, 52%에 불과하다. 반면 그리스는 143%, 이탈리아 119%, 프랑스 82% 수준이다.모건스탠리의 스튜어트 뉴햄 투자전략가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공공 부채 비율이 유럽 정부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점이 신용등급 상승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인도네시아는 활발한 소비자 지출과 정부 투자가 글로벌 수요 감소를 상쇄하면서 최근 4개 분기 연속 6% 이상 성장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4일에 7년 만기 달러 표시 이슬람 채권(수쿠크)를 발행했는데 발행 금리가 이탈리아 5년물 국채보다 2% 이상 낮은 4%를 기록했다. 피치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18개월 안에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 보험회사인 아비바의 찰스 맥그리거 아시아 채권 부분 선임 부사장은 필리핀이 아시아에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 9월까지 해외 거주 필리핀 국민들의 본국 송금 규모는 148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맥그리거는 본국 송금이 내후년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 싱가포르 법인의 토마스 번 선임 부사장은 "2009년과 2010년에 보여줬던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회복력은 손상되지 않았다"면서 "정부 부채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필요하다면 경기 부양책을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 신용등급의 추세는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10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의 국채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유로존 국채를 대신해 안전자산의 지위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은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높아진 상황에서 아시아 국채에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몇 차례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신용등급을 한 차례 상향 조정해 현재 투자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Aa3를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신용등급도 두 차례 상향 조정했다. 스레드니들 애셋 매니지먼트의 아그네스 벨라이시 매니저는 "추가 신용등급 상향은 이들 이머징 국가들이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유로존 부채위기)를 잘 다루고 있다는 것에 대한 보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결국 유로존 부채위기가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치의 앤드류 코큰은 "유로존 경기 둔화가 글로벌 성장률 하향조정으로 이어지면 아시아의 신용등급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의 아고스트 버나드 이사도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8.2%, 내년에 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성장률은 올해 1.6%, 내년에 1.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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