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울의 식민지', 이유 있었네

한은 인천본부 '인천 사람들 인천서 돈 벌어다 서울에 퍼준다'...신용카드 이용액 서울 3분의1...지역 경제 선순환 위해 고급 소비 인프라 늘려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들어 인천 지역에선 "우리는 서울의 식민지"라는 말들이 자주 나온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서울과 불평등한 관계를 통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 지역이 실제로 서울의 경제적 식민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자료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5일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인천지역 개인 신용카드 이용 현황'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국내 신용카드 21개사에서 발급한 개인 신용카드를 인천 지역에 위치한 가맹점 소재지에서 물품 및 용역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현금서비스ㆍ카드론 제외)을 집계한 수치다. 가맹점 소재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인천 시민이 사용했더라도 서울 소재 가맹점에서 썼을 경우는 제외했다. 그런데 집계 결과 인천 지역에서의 1인당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67만7000원에 불과해 서울, 경기도는 물론 기타 6대 광역시 중에서 가장 적었다. 서울의 206만2000원의 3분의1 수준이며, 경기지역 86만8000원 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상용근로자가 월급여에서 신용카드로 사용하는 액수도 가장 적었다. 5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상용근로자 1인당 월급여 중 신용카드 이용액은 28.1%로, 서울 70/6%, 광주 41.5%, 경기 35.2%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이에 따라 전국의 개인 신용 카드 이용 총액 중 인천이 차지하는 비중도 3.7%에 불과했다. 인천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지역총생산(GRDPㆍ4.7%) 및 지역 소득(4.9%)의 비중에 비해서도 낮았다. 이처럼 인천 지역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이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것에 대해 한은 인천본부 측은 "인천에서 벌어다 서울에 가서 쓰는" 현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하철, 경인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잘 돼 있어 인천 시민들의 의료, 쇼핑, 교육 등 고급 소비의 상당 부분이 인천 보다 훨씬 여건이 뛰어난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어 그만큼 인천 지역에서의 개인 신용카드 이용 실적이 적다는 것이다. 또 신용카드의 사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가맹점 소재지가 대부분 서울로 돼 있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기간 동안 인천의 1인당 개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백화점에서 사용한 금액이 3만6000원에 불과한 반면 서울은 8만9000원이나 됐다. 또 홈쇼핑ㆍ인터넷 쇼핑몰 업체에서 결제된 금액의 92.7%가 서울에서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ㆍ보건ㆍ보험 이용 금액도 인천은 6만원인데 비해 서울은 14만6000원에 달햇다. 이로 인해 서울 지역에서의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전국의 41.6%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 중 신용카드를 쓴 사람 열 명 중 네 명이 서울에서 썼다는 얘기다. 한은 인천본부 관계자는 "인천에서 돈을 벌어다 서울에서 쓰고 있다는 얘기로, 지역 경제의 활성화ㆍ부의 선순환 등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역 내 카드 이용액을 늘려야 한다"며 "인천 시민들이 지역 내에서 고급 소비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대형 병원, 고급 백화점, 우수 교육기관, 고품위 문화시설 등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천 지역에선 최근 송영길 시장이 경남도청 특강에서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면서 인천은 돈 한 푼 못 받고 서울에는 t당 170원씩 연간 500억원의 물부담금을 내는 '식민지 불평등조약'을 맺고 있다, 인천은 서울의 쓰레기 식민지"라고 말하는 등 소외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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