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박정만 '너의 옷고름' 중에서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자줏빛 너의 옷고름,/ 풀 길이 영원히 없어 / 문설주에 짝귀 대고 바라보았네. / 산 빛에 햇빛이 앵돌아진 때였지만. // 그래도 너무 감사한 일, /바구니엔 그냥 밤참이 오고 / 혀짤배기 소리로 그리운 밤이 내려서 / (……) - 염미혜에게 주는 글박정만 '너의 옷고름' 중에서
■ 시인 박정만은 1981년 '한수산 필화사건'에 휘말려 고문을 당한 뒤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한수산은 중앙일보에 '욕망의 거리'를 연재했는데 소설 속의 한 대목이 전두환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붙잡혀갔다. 관련자를 대라는 추궁에, '정말 이 사람이라면 새털만한 죄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박정만을 댔다고 한다. 그 뒤 박정만은 군수사기관에 끌려가 죽도록 고문을 당한 뒤 걸음조차 못걷는 상태로 풀려났다. 사건 이후 그는 직장을 잃었고, 이듬해엔 아내마저 실직자인 그를 떠났다.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불운과 충격에 그는, 내내 시달리다가 돌아간다. 죽기 직전에 20여일 간 500병의 깡소주를 마시면서 300여편의 시를 써냈다고 한다. 시에 등장하는 염미혜는 박정만을 흠모했던 여인으로 1984년 결혼을 하여 그를 돌보았으나, 시인의 가슴 속에 있던 그 폐허가 워낙 깊고 넓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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