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분양가는 기본… 잔금·자녀 학원비 지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건설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사업장 정비에 분주하다. 올해 발생한 미분양분을 털어내기 위해서다. 마지막 신규물량을 내놓은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업장 인원을 끌어오는가 하면 본사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미분양에 휘청거리기보다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팔고 보겠다는 의도다.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건설사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미분양분은 내년도 사업안을 짜는데 걸림돌이 되는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발코니 무료 확장,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은 ‘기본’이 됐다. 기존 마케팅의 초점이 ‘분양과정’에 맞춰진데 비해 최근에는 ‘입주후’까지로 넓혀졌다.주택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마케팅이 고도화되면서 물건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눈도 달라졌다”며 “일부 수요자들은 동·호수에 큰 문제가 없다면 신규분양보다 할인폭이 큰 미분양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싸니깐 쳐다 보내요”최근 분양시장 대세는 ‘값싼 분양가’다. ‘경기침체가 이어질수록 비싸면 쳐다도 안본다’는 공식은 주택시장에서도 통했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건설사들은 불황 속에서도 재미를 봤다. 지난달 수원에서 신규물량을 내놓은 대우건설은 3.3㎡당 분양가를 740만원부터 책정해 1300여가구의 물량을 조기마감했다. 6년전 한해동안 수원에서 공급된 신규물량 수준으로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3.3㎡당 800만원)보다도 낮았다. 현재 시세로 비교했을 경우 한 가구당 4000만~5000만원 저렴한 셈이다.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전농크레시티’는 3년전 분양가로 돌아간 경우다. 3.3㎡당 1400만원으로 인근 용두동래미안시세보다 300만~400만원 낮게 책정해 중소형 물량을 1순위에서 모두 털어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나 특화설계를 앞세워 분양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물건을 내놓는 것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더 끈다”며 “청약결과는 다음 사업장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조기마감은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돈 걱정 하지 마세요”반면 미분양 단지들은 매입시 주어지던 혜택을 한 단계 끌어올린 ‘특전’을 주고 있다. 현대건설은 용인 수지구 ‘성복 힐스테이트’ 계약자들에게 프리미엄 보장제 외에 2년간 60% 대출이자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나머지 20%에는 2년 잔금 납부유예 조건을 걸었다.최근 입주를 시작한 우남건설의 ‘김포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은 현금을 돌려주고 있는 경우다. 12월말까지 잔금 완납 가구에 한해 이사비용, 입주청소, 건조대 등 가구당 최대 2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신일건업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원주 우산주공의 재건축 아파트인 ‘신일 유토빌’에 캐시백(Cash-Back) 제도를 도입했다. 계약자에게 계약금 5% 중 3%를 돌려주는 시스템으로 59㎡(전용면적)형 계약에는 단 300만원이 필요하다.롯데건설은 입주시 계약자들이 부담해야할 잔금 고민거리를 덜어주고 있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 지은 ‘평리 롯데캐슬’은 분양가의 5%를 계약금으로 내고 입주할 때 잔금을 모두 내야 한다. 하지만 높은 잔금 비중으로 부담을 갖는 계약자들을 위해 절반은 은행 대출을 알선해 주고 3년간 이자를 부담해주고 있다.◇“멀리 바라보는 감성”
극동건설은 ‘대구 웅진스타클래스 남산’에 웅진싱크빅 학습센터를 개설, 입주민 자녀의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 극동건설 <br />
금융혜택이 아닌 ‘감성’을 앞세워 수요자를 자극하는 건설사도 있다. 가장 민감한 분양가 할인은 물론 ‘입주후’까지 책임지겠다는 전략이다.신영은 청주 흥덕구 복대동 대농지구 ‘지웰시티’에 교육특화를 내걸었다. 우선 단지내 상업시설에 유명 학원을 끌어들여 신규 계약자 자녀 1명에 한해 5개 과목의 학원비를 2년간 지원한다. 2자녀 이상인 경우에는 1인당 20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지급하고 있다.극동건설은 모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끌어낸 경우다. ‘대구 웅진스타클래스 남산’은 지정계약기간 내 계약자에게 웅진씽크빅에서 1년간 무료 학습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웅진씽크빅 학습센터와 북카페 등 웅진만의 자녀 교육 책임 시설을 마련했다. 웅진씽크빅 학습센터는 학습지와 학원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자녀를 둔 대구 수요층의 관심을 끌었다. 이 결과 견본주택 개관 3일만에 3만명의 인파가 몰린데 이어 대구에서 5년만에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기존 분양 마케팅이 물건을 팔기 위한 1차원적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입주후 계약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시대”라며 “조기 청약마감은 물론 입주율까지 높이기 위한 건설사들의 마케팅 전략은 점점 파격적이고 다양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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