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종 샤프트·8대 카메라, 나를 분석한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야말로 '피팅 전성시대'다.프로선수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에는 아마추어골퍼들도 자신의 체형에 맞는 피팅을 선호한다. 드라이버의 경우 특히 신모델이 출시될 때 마다 비교를 서두르는 등 '보다 멀리' 보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반복된다. 아마추어골퍼일수록 '장타'에 대한 욕심이 크기 때문이다. 아예 샤프트나 그립을 주문 제작하는 '오더 메이드' 골프채도 각광받는 추세다.큰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클럽메이커 대부분이 자체 피팅숍을 열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팅의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기자가 직접 피팅을 해봤다. 지난 9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개관한, 국내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센터(TPC)다. 미국 오션사이드에 있는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인스티튜트(TPI)의 장비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한국에만 갖춰진 유일한 시스템이다. 4명의 피팅전문요원이 상주하고, 무려 300평의 면적에 로프트와 라이 앵글 머신, 웨지 그라인더, 그립 스테이션 등의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일단 시설은 완벽하다. '피팅베이'라 불리는 피팅룸으로 들어섰다. TPC에는 마치 박물관같이 꾸며놓은 제품 전시관을 중심으로 3개의 독립된 피팅베이가 있다. 다양한 스펙의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웨지에 110여개의 드라이버 샤프트를 비롯해 총 320여종의 샤프트를 구비해 무한대의 시타가 가능하다.구력이 20년이 넘는 기자였지만 보통 골퍼들답게 드라이버 피팅에 관심이 집중됐다. 먼저 현재 사용 중인 드라이버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한 치라도 더 보내기 위해 고반발 헤드에 46인치짜리 샤프트를 장착한 드라이버다. 공에 스핀 테이프를 붙인 뒤 시타를 하자 타석을 둘러싼 8대의 카메라가 가동되면서 화면에 복잡한 수치를 쏟아냈다. 가장 중요한 게 볼 스피드와 런치각도, 그리고 스핀량이라고 했다. 기자는 볼스피드(평균 125mph)에 비해 런치각(17~18도)이 높아 비거리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퍼포먼스 차트에 따라 런치각을 낮추기 위해 로프트를 기존 10도에서 8.5도로 낮춰봤다.예상대로 부담스러웠고, 공을 퍼올리려는 오류까지 나타났다. 0.5도씩 높여보다 9.5도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타이틀리스트 슈어핏시스템이 -0.75도~ +1.5도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컨디션에 따라 11도까지는 조정할 수 있는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데이터는 샤프트 길이였다. 김태훈 피터는 44.5인치를 권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장척샤프트가 유행인데 44.5인치라니…"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처음에는 길이가 짧아 어색했지만 스윙이 훨씬 편안해졌고, 시타를 거듭할수록 중심타격의 확률이 높아지면서 비거리 수치도 올라갔다. 45인치와 45.5인치도 시험해봤지만 최대치에는 못 미쳤다.김 피터는 "샤프트가 길면 당연히 스윙아크가 커져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중심타격이 어려워 정타가 어렵다는 점"이라면서 "이 경우 비거리 손실은 물론 방향성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기자의 손이 작은 점을 감안해 일반 사이즈에 비해 얇은 그립을 추가로 주문했다. 기자는 사실 롱샤프트를 0.5인치씩 자르거나 드라이버 샤프트에 페어웨이 우드 헤드를 장착해보는 등 원시적이지만 피팅 실험을 많이해 본 경험도 있다. 김 피터는 "이 경우 헤드와의 밸런스 등 복합적인 오류가 발생한다"면서 "골프채는 그립 교체로 인한 단 몇 그램의 무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아마추어골퍼일수록 정확한 피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방법도 간단하다.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를 찾아가면 비용도 절약된다. 타이틀리스트뿐만 아니라 캘러웨이와 클리브랜드, 핑, 투어스테이지, PRGR 등이 첨단 피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핑은 본사 직영 피팅센터를 리뉴얼하면서 트랙맨 등 최신 장비도 도입했다. 퍼터 피팅도 가능하다. 클리브랜드는 도곡동에 대형 퍼포먼스센터를 오픈했고, PRGR은 청담동 본사에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했다. 아이언의 클럽별 비거리를 측정해 골퍼의 스윙스타일에 맞는 이상적인 골프채를 찾아 비거리와 방향성, 스핀량 등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비교해 준다. 투어스테이지는 '골퍼스독(Golfer's Dock)'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고 있다.
성남(경기도)=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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