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전설이 상륙했다' 8세대 말리부

고속 주행때 핸들링...스포츠세단 같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올 초 로스앤젤레스 인근 말리부 해안을 간 적이 있다. 으리으리한 별장과 탁트인 태평양, 그리고 해안을 따라 이어진 도로는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한국GM이 최근 선보인 쉐보레 말리부는 LA의 아름다운 해안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GM이 가장 기대하는 역작인 말리부를 부산에서 만났다. 1964년 1세대가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850만대가 판매됐으며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8세대다.시승코스는 창원중앙역에서 부산 해운대에 이르는 약 75km 구간. 이 코스가 말리부 해안을 연상케한다는 게 선택의 이유였다. 그만큼 상당한 공을 들였다.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GM이 올해 발표한 차 가운데 가장 좋았다. 물론 차급이 중형으로 다른 차종에 비해 고급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디자인 완성도나 내부 마무리가 올해 출시된 다른 차와 달리 깔끔했다.특히 디자인은 합격점수를 줄만하다. 사각형 모양의 테일램프와 앞면의 볼륨감은 기존 GM 모델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스포티한 면이 강조됐는데 사각형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부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테일램프의 사각형이 운전석 계기판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계기판에 있는 LCD모니터 역시 세련된 형태로 변했다. 다양한 메뉴가 그림과 함께 제공돼 흥미를 유발했다.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좁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막상 뒷좌석에 앉아보니 여유가 있었다. 손동연 한국GM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은 "다른 중형차에 비해 시트가 커 좁아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음은 확실히 줄었다. 정차할 때와 정속주행시 들리는 소음은 거의 없었다. 풍절음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을 때 엔진음은 거슬렸다.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2.0ℓ DOHC엔진이었다. 하지만 가속성능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웠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가속페달을 밟으면 치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차는 페달을 밟아도 RPM만 올라갈 뿐 속도가 원하는 만큼 나지 않았다.회사 관계자는 "중형세단으로 승차감을 고려했다"면서 "속도가 꾸준히 올라가도록 튜닝한 것일 뿐 기술력이 없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히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속도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 게 중형세단의 묵직함을 키워 승차감을 높여 오히려 좋았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핸들링과 코너링은 탁월했다. 고속주행 구간에서 시속 100km를 유지하는 가운데 핸들의 움직임은 스포츠세단의 그것과 비슷했다. 운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실제 연비는 공인연비와 차이가 있었다. 공인연비는 12.4km/ℓ지만 75km를 달린 후 평균연비를 보니 7.1km/ℓ였다.GM 차량답게 안전사양은 상당하다. 6개의 에어백은 물론이고 전자식 주행 안전 제어장치(ESC), 급제동시 네 바퀴에 브레이크 제동력을 골고루 분산시켜 조향성을 향상시키는 EBD-ABS, 차량의 속도에 따라 엔진의 구동력을 조절하는 TCS가 장착돼 운전자를 보호하도록 했다.말리부 성공의 관건은 가속력과 가격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가속력에 대한 설명을 한국GM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할 지가 중요하다. 상당수 고객들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길들여져 있다.또 쏘나타와 K5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서 가격 측면의 메리트를 부각하는 것도 숙제다. 말리부는 2185만~3172만원 선인 반면 경쟁차인 K5는 2150만~2945만원 수준이다. 사양이 다른 점도 있겠지만 가격이 높다.말리부는 현재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하루 계약대수는 평균 80여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말리부가 영업소에 전시되면 계약대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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