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로존 부채위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요즘 미국 뉴욕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추락하는 주가 말고도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3일 공식 출범한 뉴욕주 금융청(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이 월가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뉴욕주 은행국과 보험국이 통합해 신설된 금융청의 수장은 연방검사를 역임한 41세의 벤저민 M. 로스키(Benjamin M. Lawsky)가 맡았다. 로스키 금융청장은 개소식 연설에서 “앞으로 금융청의 목표는 세 가지로 첫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의 위상을 지키고, 둘째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셋째는 효율적인 정부기관의 모범이 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금융산업부문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 금융범죄 및 소비자보호국 신설로 모든 형태의 금융상품 부문에서 소비자를 지원하며 사법집행관(Director of Enforcement)을 두어 금융범죄를 총괄 전담하는 한편, 개소 첫해 2500만 달러의 예산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대형은행과 증권사·보험사들이 집결한 뉴욕은 ‘세계 금융의 수도’로 불린다. 때문에 신설 뉴욕 금융청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금융감독기관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임직원수 1700명의 금융청은 앞으로 뉴욕의 3900여개 미국계·외국계 은행, 보험사, 증권사를 모두 감독하게 된다. 이들 금융업체들의 총 자산은 5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로스키 금융청장은 미 연방수사국(FBI)·법조계 관계자들과 회동하며 신설 금융청의 금융범죄 수사인력을 대폭 늘리는 작업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키 금융청장의 경력 역시 앞으로 월가 대형은행들이 더욱 강력한 적을 만났음을 시사한다. 컬럼비아대학 법대를 졸업한 로스키는 검사로 재직하던 당시 테러리스트들이 미 국내로 RPG(로켓추진식유탄) 발사기를 밀반입하려던 음모를 적발해 분쇄하고 아시아계 갱단의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등 공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2007년 앤드루 쿠오모 현 뉴욕주지사가 뉴욕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되어 월가 은행들을 강력히 단속하며 명성을 떨쳤다. 금융위기 당시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막대한 임원 보너스를 지급한 것을 비롯해 스튜던트론(학자금대출) 업체들의 부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의 인수합병, 케네스 D. 루이스 전 BoA 최고경영자에 대한 사법처리 등 굵직한 금융사건의 조사가 모두 그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금융위기로 투자은행들이 주저앉으면서 은행들이 판매한 경매방식채권(ARS) 600억 달러 규모가 동결되자 이의 환급을 원만하게 처리한 것도 그의 공로로 꼽힌다.관계자들의 신임 금융청장에 대한 기대 역시 높다. 토머스 워크먼 생명보험심의회장은 그에 대해 “한마디로 믿음직한 인물”이라고 말했고, 로스키 청장의 검사시절 선배인 매리 조 화이트 전 뉴욕 연방검사는 “벤을 상대하는 이들은 어마어마한 적수를 만났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가 금융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군기잡기’에만 열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로스키의 ‘절친’인 프리트 바라라 뉴욕 맨하탄 연방검사는 “로스키는 절대 유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강경 일변도 아닌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자신의 측근인 로스키에 대해 “현명하고 자신의 업무에 균형잡힌 접근법을 취하는 인물”이라면서 “그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지키는 한편 뉴욕을 금융중심지로 번영시키는 것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언급했다.로스키 금융청장은 자신의 업무에만 충실할 것임을 수 차례 밝혔으나 미 정계 전문가들이나 친구·동료들은 그의 정치적 위상이 앞으로 크게 치솟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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