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후배 직원에게 ‘하트 문자’를 받는다면?

신입직원의 당당한 자기식 표현에 간부들 '화들짝'경직된 조직에 활력소 작용···받아들이고 함께 즐긴다[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A 대기업 부장 박 모씨는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집에서 한 통의 휴대전화 문자를 받았다.
같은 부 신입 여성 사원인 김 모씨가 보낸 것인데, 여러 개의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사랑해요'라고 쓰여 있었다. 가족들이 본다면 오해를 살수도 있었기 때문에 얼른 숨겨야 했다.박 씨는 "우리 때 같으면 신입사원이 부장의 눈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는데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며 "20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이다보니 사고의 틀이 확실히 우리와는 180도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남의 눈치를 덜 보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신입사원들의 돌발(?) 행동이 기존 세대들이 이뤄놓은 조직문화를 거세게 흔들고 있다. 회사 간부들은 이들 신입사원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많지만 저항하고 짓누르기보다는 그들의 사고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동성 직원들 간에 '형', '언니'라는 호칭은 사무실에서도 쉽게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대기업 이 부장은 후배 여직원들로부터 '오빠'라고 불린다. 처음에는 사석에서 시작했는데, 업무시간에도 가끔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업무 규율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큼 소통이 잘되는 부서라는 소문도 나고 있다"며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인 행동을 보장해 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 부서는 이어폰을 꼽고 MP3를 듣는 일도 가능해졌다.
박용만 ㈜두산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그룹 신입사원 면접 때에는 박 회장과 농담을 주고받는 지원자가 들어와 계열사 사장들이 깜짝 놀라곤 한다. 트위터에서 박 회장과 인연을 맺은 대학생이 지원한 것이다. 두산맨이 된 신입사원은 업무시간 중간에도 여전히 박 회장과 대화를 나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팀장과 선배 직원들은 가끔 이 사원이 무슨 말을 올릴까 궁금해 몰래 들여다본다고 한다.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블로그에 가장 많은 글을 올리는 이들 역시 신세대 직원들이다. 권 사장이 직접 답글을 달아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보고 싶어요, 멋쟁이 사장님" 등 애교스러운 표현을 올리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헬기 한번 타보는게 소원'이라는 구미공장 사원의 요청에 권 사장이 기꺼이 응했고, 헬기투어 행사는 최소 월 1회 이상씩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젊은 직원의 비중이 높은 기업, 젊은이들과 호흡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신입직원의 신선한 기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모든 사원들끼리 이름을 부르며 대신 뒤에 '님'자를 붙인다. 심지어 서경배 사장에게도 '서경배님'이라고 부른다. 지난 2002년 7월부터 팀장, 사장 직위를 없애고 '씨'나 '님'을 붙이도록 통일했다. 그해 열린 한ㆍ일 월드컵 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히딩크가 조직내 수직적인 문화를 평등한 문화로 바꾸고자 선후배 관계가 매우 명확했던 기존 틀을 깨기 위해 서로 님자를 붙이도록 했다는 것에 기인했다. 초기에는 "어색하다"며 기성세대들의 반발이 대단했지만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CJ그룹은 아모레퍼시픽보다 앞서 지난 2000년부터 모든 직원들이 'OOO님'이라고 부르고 있다.한편, 안정된 가정을 꾸려야 직장에서도 적극적이고 책임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데, 이성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거나 아예 담을 쌓은 싱글직원이 많아 기업들이 직접 결혼을 장려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사내 미혼직원들을 대상으로 단체 미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포항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이 연고가 없어 이성과의 만남의 기회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 마련했다.아주그룹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이재목 컨설턴트를 초청해 미혼남녀 직원들에게 '연애특강'을 했다. 연애 트렌드와 남녀별 인기 비결, 소개팅 매너등 알면서도 모르는 연애의 방법 등을 알려주는 시간이 됐다고 그룹측은 설명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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