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업 더이상 발전없다' 이종철 회장 '위기론' 언급 왜?

선박금융, 대량화주 해운업 진출, 전문인력부족 등 문제점 꼽아[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대단한 위기입니다. 한국 해운업에 더 이상 발전이 있을까…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한숨이 섞인 듯 했다. '대단한 위기'라고 언급하는 부문에서는 곧바로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두 템포 쉬었다. 국내 190여 외항해운업체들의 대표단체인 한국선주협회의 이종철 회장(STX 부회장)이 17일 제주도 해운 세미나 및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해운업의 '위기론'을 언급했다.

이종철 한국선주협회 회장

30여년간 해운 현장을 뛰고 있는 이 회장은 "세계 6위인 한국해운이 현재 업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대단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간 STX그룹, STX팬오션의 일에만 집중해오다 올 초 선주협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 해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다는 그는 "취약한 선박금융,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 인력난 등 3가지 문제점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한국 해운업은 더 이상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먼저 이 회장은 "우리나라 금융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져있는 게 사실이고 그 중에서도 해운부분은 특히 취약하다"며 "해운, 조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는 전문 금융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운업은 불황과 호황이 주기적으로 반복해 나타나는 산업으로 호불황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교차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불황기에는 다음 호황을 위해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집중해야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가가 저렴한 불황기에 선박 투자를 단행하고, 호황기에 이 선박들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는 이 같은 투자원칙에 역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이 구조적으로 금융권과 해운업계가 투자해 저가의 경쟁력 있는 배를 대량으로 확보할 기회"라고 강조했다.또한 이 회장은 포스코 등 대량화주들의 해운업 진출을 두번째 문제점으로 꼽으며 "대기업들이 다 자체적으로 자가물량을 처리하는 물류사를 만들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3자물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성장할 토양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한국의 제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세계적인 물류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며 "일본, 중국처럼 해운기업의 전문성을 인정해 3자물류가 활성화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 간에 서로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쉽다"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뿐 아니라, 각 산업 간에도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특히 이 회장은 최근 업계 이슈가 된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 "'내가하면 다 잘할 수 있다'식으로 타업종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무분별한 해운업 진출은 전체 산업적, 국가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일"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오늘날 세계 6위로 성장한 한국 해운의 핵심은 운영능력, 노하우, 네크워크 등 모두 사람에게 있다"며 선원, 해기사 등 전문인력 부족현상을 위기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해양플랜트, 선박금융 등 해운관련 부대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승선경험을 갖춘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며 "승선 근무 후에도 해운사, 조선사, 부대산업 등 육상에서의 각종 연계업무를 하며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이 회장은 "빠른 시일 내 3가지 문제점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선박금융의 경우,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무게를 두고 업계, 금융기관 등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단계로 내년 중에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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