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5개 글로벌 제약사와 대기업 계열 국내사 1곳이 수백억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것은 리베이트 관행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간 외국계 제약사나 대기업 계열사들은 '글로벌 윤리규정'을 내세워 리베이트 영업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국내 제약사와 중소기업들의 극심한 리베이트 행위가 시장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6개 제약사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의사 및 그 가족 등에게 총 530억원 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에게 과징금 11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약사는 미국계 다국적제약사인 한국얀센(존슨앤존슨 계열사), 스위스계 한국노바티스, 프랑스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독일계 바이엘코리아, 스웨덴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제약사 5곳과 CJ제일제당(제약사업본부) 등 대기업 1곳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계 굴지의 다국적제약사들도 우리나라 제약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그대로 따라 음성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왔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다국적제약사의 리베이트 방식은 강연이나 세미나로 위장한 행사를 열고 의사 및 그 가족들에게 향응을 베푸는 식이 대표적이다. 처방실적에 따라 현금이나 상품권을 제공하는 전통적 리베이트 방식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셈이다.다국적제약사 A사는 한 리조트로 의료전문가 가족을 불러 6일간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동영상을 1시간 동안 틀어준 것 외 나머지는 모두 스파, 버블쇼 등으로 채웠다. 부부동반 이벤트를 열어 1000만원을 지급한 후 대가로 의약품 처방 2억원을 이끌어낸 곳도 있었다. 한 제약사는 의사들의 영향력을 6개 그룹으로 분류, 상위 그룹에 속한 의사를 강사로 위촉해 강연료를 지급해왔다. 의사는 제약사가 작성해준 자료를 읽고 리베이트성 수고비를 챙기는 식이다. 동일한 의사에게 수차례 강연기회를 제공해 수백만원을 지급한 제약사도 적발됐다.의사들을 해외학술대회에 보내주는 전통적인 '학술 리베이트'도 여전했다. B사는 출장비용에 더해 골프비, 유흥비, 선물구입비까지 지급했다. 그 외 법적으로 시행의무가 없는 의약품 사용 후기를 작성토록 해(시판후 조사, PMS) 1개 병원에 1억원 가량의 리베이트성 수수료를 지급한 곳도 적발됐다. 개인적 용도로 고가의 카페트를 선물하거나, 액세서리 제공, 자동차수리비 대납 등 전형적 방법을 사용한 제약사도 있었다.이런 방식으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총 185억원(과징금 23억원)을, 한국얀센 154억원(25억원), 한국노바티스 71억원(23억원), 바이엘코리아 57억원(16억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40억원(15억원), CJ제일제당 20억원(6억원)을 리베이트 자금으로 뿌렸다.이번 조사결과는 리베이트 쌍벌제 및 리베이트-약가 연동제 시행 전 사안이라 의료인 형사처벌, 약가인하 등 추가 조치는 취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C사 관계자는 "윤리규정이 다소 느슨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며, 2008년 이후로 새롭게 마련된 규정과 리베이트 쌍벌제 때문에 최근에는 편법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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