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을 지키는 K-9자주포 힘의 원천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해 11월 23일 연평도. 적막한 이곳에 갑자기 소나기 같은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는 시커먼 불길이 솟아올랐고, 군인과 민간인들 모두 비명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뛰었다. 연평도에 주둔한 K-9자주포 부대가 맞대응에 나섰지만 민간인을 포함해 4명이 사망했다. 1953년 정전 협정 체결 이후 북한군이 한국 영토를 공격한 사건, 이른바 연평도 도발이다. 연평도 도발에 우리 군이 맞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무기가 바로 K-9이다. 일명 한국형 자주포라고 불리는 K-9은 우리 군과 나라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K-9 생산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기자는 지난 16일 삼성테크윈 창원공장을 찾았다. 창원공장은 3개 사업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방산장비를 생산하는 곳은 제 3사업장이다. 3공장은 두산엔진 간판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한집안 두가족이 사는 셈이다. 두산엔진의 모체는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 엔진부분이 지난 1998년 정부주도의 빅딜을 통해 HSD중공업으로 바뀌었고, 이후 두산엔진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두산엔진을 지나자 삼성테크윈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 10대 명품무기에 손꼽히는 K-9의 생산 과정은 크게 용접과 가공, 조립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용접공장은 커다란 항공기가 들어가도 될 만한 공군의 이글루(전투기 창고)같은 느낌을 준다. 또 출입문은 20cm는 넘는 강철문으로 만들어져 방문자를 압도하기 충분했다. 입구 한켠에는 두꺼운 철판이 눈에 띈다. 이 철판은 K-9자주포와 탄약을 공급해주는 K-10탄약이송차에 쓰인다. K-10탄약이송차는 K-9자주포 2대에 1대꼴로 붙어다니는 실과 바늘 관계다. 두 전차의 몸통(하부차체)은 똑같은 것은 물론 재질도 고장갑강(RHA)를 같이 사용한다. 고장갑강은 포스코에서 주문제작한 것으로, 일반스틸에 비해 강도가 4배나 강하다.  하청업체에서 절단해온 2cm가량의 철판은 조립식 장남감의 부품처럼 보여 '전차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오해였다. 생산라인마다 1.5m높이의 담이 설치된 용접공장에서는 재단된 철판을 쇠고리로 일으켜 세워 용접해 나가며 전차의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용접라인으로 옮기자 가로 6m, 세로 4m가량의 강철틀이 4톤가량의 K-9포탑을 잡고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돌리기 시작했다. 포탑을 고정해 작업하지 않고 들어올려 작업하는 것은 작업자들의 편리함을 위해서였다. 3사업장의 용접과정은 70%가 자동으로, 30%가 수동으로 이루어진다.  서병운 경영지원팀장은 "용접과정이 대부분 자동이지만 사람이 꼼꼼히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아 작업자가 편해야 한다"며 "이때문에 용접에서만 333항목, 조립에서만 566항목의 검사를 모두 통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팀장의 말대로 결함 0%에 도전하겠다는 작업자들의 노력은 벽에 붙어 있는 '결함은 지금, 즉시, 끝날때까지'구호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용접의 흉터가 남아있는 자주포는 플라노밀러(PLANO MILLER)라는 대형 가공설비로 옮겨졌다. 마치 K-9자주포가 주유소 자동세차장에 들어가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차를 품을 수 있는 크기인만큼 작업능력도 우수했다.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연간 290일 가동된다. 가까이서 확인해 본 결과, 플라노밀러는 드릴만 225종을 장착하고 우유빛 절상유를 뿜어내는 전차의 용접부위를 다듬고 있었다.
 이곳에서 전차 내부와 외부가 구석구석 잘 다듬어지면 조립라인으로 옮겨진다. 조립라인을 사람에 비유하면 주요 장기와 혈액을 채워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조립라인은 지난 2008년 불필요한 작업공간을 없애고 생산정보과정을 모두 전산화하는 일본 도요타(TOYOTA)생산방식을 도입했다. 덕분에 연간 생산량이 2.5배 늘어나는 것은 물론 모든 과정을 종합상 황실에서 지켜볼 수 있어 결함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박영일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은 "생산공장이 자동화되도 품질관리는 필수과정"이라며 "연평도를 지키는 힘도 사용자입장에서 관리하는 품질검사에서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견학을 마치고 외부인 안내접견실에 들어서자 연평도포격 당시 한 해병대가 불길속에서 K-9자주포에 탑승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K-9자주포에 대한 자부심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이다. 우리 손으로 자주포를 만들어보겠다고 도전한지 10여년. 이제 한국국토방위 선봉에 선 K-9는 당당한 명품무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양낙규 기자 if@ⓒ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