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필수품 가격이 천장 모르게 오른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102종의 생필품 가격 조사대상 중에서 62.7%에 해당하는 62종의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배추와 무, 양파 등 채소류의 가격 폭등세가 두드러졌다. '장 보기가 무섭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생필품은 말 그대로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품이다. 여유가 없다고 해서 줄이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생필품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계층은 생활이 빠듯한 서민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10개 중 6개꼴로 대부분의 생필품 값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졌다는 말이다. 서민이 겪는 물가고통은 어제오늘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전월세 가격이 치솟고 전기료, 기름값에 교육비 부담까지 첩첩산중이다. 여기에 더해 생필품 가격까지 득달같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는 정부의 물가대책을 조롱하듯 생필품 가격의 오름세는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소비자원이 매월 조사하는 생필품 중에서 가격이 오른 품목의 비중은 지난 5월 51%에서 6월 60%, 7월 62%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배춧값이 66.5%나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고 무 가격은 21.4% 뛰었다. 베이비로션, 참치 캔, 마가린, 세제, 간장, 양파 등도 두 자릿수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수치가 아니다. 한 달 전에 비해 그만큼 오른 것이다. 가히 폭등세다. 배추, 무, 양파 등 채소류 가격 폭등은 연례행사가 됐다. 지난해 배추 파동의 기억이 생생한데 지난달에도 66%가 뛴 것이다. 집중호우로 공급 차질이 있었다지만 언제까지 하늘 탓을 하면서 손 놓고 있을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유통구조 개선이나 계약재배 확대, 적기 수입 등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최근에 내린 호우로 농작물 침수 피해면적이 연간 작물 재배면적의 2%에 해당하는 4430㏊에 달한다고 한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다시 신선채소나 과일 파동이 벌어질 여지가 커졌다. 상추, 시금치 가격 급등세는 한 달 이상 이어질 것이란 소식이다. 오늘도 장관들은 물가대책을 논의했다. 큰 기대는 접었다. 서민을 옥죄는 생필품 가격이나마 제대로 잡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