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콘텐츠 한류 열풍을 기대한다

이길호 타임교육 대표이사■서울대 정치학과 졸업㈜차이나월드미디어 대표이사㈜씨에스교육미디어 대표이사북경 청산연한 교육자문회사 동사장(現)한국의 교육 인프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그에 반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 교육 콘텐츠는 몇이나 될까. 대표 상품 한 가지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지난해 4월,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수학 컨퍼런스인 ‘NCTM 2010’에 참가했다. 한국 업체로는 처음이었다. NCTM은 미국 수학교사협의회(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Mathematics)를 가리키는 단어로, 이들이 매년 만드는 수학교육 과정 평가 및 교수에 대한 규준집은 전 세계 수학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집단이다. 이들에게 우리가 선보인 것은 바로 국내 수학 전문가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한 미국 초등학생용 수학 교재 ‘누미노(NUMINO)’였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미국 교육시장을 목표로 개발한 결과물이었다.미국 시장은 이미 글로벌 출판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한국 수학교육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미국 교재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수학 콘텐츠 개발에 많은 노력을 집중했다. 미국의 초등 수학 교재들은 지나치게 두껍고 효율성이 낮아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는데, 성적 또한 떨어져 국제수학경시대회에서도 항상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뒤처지고 있었다.누미노는 이러한 미국 수학의 고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50개 주의 모든 수학과정을 다루면서도 두께를 얇게 하고 삽화를 많이 삽입하는 등 겉모습부터 큰 변화를 줬다. 또한 자사의 쌍방향 멀티미디어 학습시스템인 심포니와의 결합을 통해 누미노에서는 교구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온라인 게임으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그리고 NCTM에서 누미노를 눈여겨본 미국인 교사에 의해 텍사스 주의 한 엘리트 사립 초등학교에 초등 수학 정규과정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학부모만큼이나 교육열이 높고 까다로운 사립학교지만 지금도 교사 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이 오고 있다. 철저한 현지 분석과 차별화된 한국 콘텐츠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최근 누미노 뿐 아니라 몇몇 교육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소식도 들려온다. 반가운 일이다. 국내 교육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필연이다. 국내 교육산업 시장이 너무 협소해 우수한 콘텐츠가 빛을 발하지 못하거나, 개발비용에 비해 수익률이 낮아서 교육 콘텐츠 개발 회사들이 영세성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침 국내 교육 콘텐츠의 수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교육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출상품으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국내 교육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교육은 예로부터 백년지대계라고, 그 중요성에 대해 과거나 현재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IT와 결합된 쌍방향의 새로운 교육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을 한국에서 선도하기 위해 국내 교육업체들의 해외 시장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또한 필수다. 언젠가는 교육계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