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오늘 입법예고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상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은행(IBㆍ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안'과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안'일 것이다. '투자은행 육성안'은 국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요건에 맞는 몇 개사를 골라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육성한다는 것이고, '대체거래시스템 도입안'은 기존의 한국거래소 외에 복수의 소규모 거래소 설립을 허용해 거래소 간 경쟁체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육성은 자산운용 채널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정책이고, 대체거래시스템 도입은 높은 거래비용 등 한국거래소 독점체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시행에 들어가 내년 중반 이전에 투자은행과 대체거래시스템 허가를 내주겠다는 추진 일정은 성급해 보인다. 대형 증권회사 몇 개사에 투자은행 영업에 필요한 기업여신 등 추가적 금융 기능을 허용하는 조치는 '대마불사 리스크'를 증대시킨다. 특히 인수합병(M&A) 추진 기업이나 신생 기업에 대한 대출은 부실화의 위험이 매우 크다. 대체거래시스템은 증권거래 비용을 낮추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자칫 시장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부정적 가능성도 고려하면 추진 일정을 여유 있게 잡고 준비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증권회사에 몇 가지 특혜를 주고 '투자은행' 간판을 붙여준다고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에 웬만큼 강력한 합병 태풍이 불지 않고는 '경쟁력 있는 덩치'가 실현되기 어렵다. 전제조건과 선결과제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인 유럽ㆍ미국의 재정위기가 내년에도 그 파장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내년에는 한국과 미국에서 정권의 향방을 가를 선거도 실시될 예정이어서 정책의 틀과 책임소재 측면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굳이 이런 시기에 게임의 룰을 바꾸는 정도의 자본시장 제도 개편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관련 업계의 요구에 맞춰 먹잇감을 던져주는 일보다 부실을 도려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일이 더 시급한지도 모른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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