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르포] 인도 일정 맞추려 휴가 잔업, “2년 만”

폭염은 기업을 못 이긴다 (4)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휴가보다 고객과의 약속 중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제1도크에서 중국 코스코로부터 수주한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이 진수식을 앞두고 마무리 외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가 맞나?"지난 1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제1도크에서 건조중인 1만31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갑판 위에서 바라본 조선소는 비좁아 보일만큼 건조중인 선박들이 꽉 찼다. 6층 건물 높이에서 바라본 660만㎡(약 200만평)의 거대한 공간은 도무지 빈틈이 없어 보였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선박 내에서 일하고 있으니 4만명이 넘는 직원들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출ㆍ퇴근 때 뿐이란다.1도크는 울산조선소의 시작점으로, 37년전인 지난 1974년 2월 15일 현대중공업이 첫 수주한 26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애틀랜틱 배런호'가 진수된 곳이다. 당시 배가 빠지지 않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포함한 전 직원이 로프를 달아 끌고나갔다는 바로 그곳이다. 지난 4월에는 전 세계 조선소중 처음으로 누적 상선 건조 톤수 1억GT(용적톤수, 선박전체의 용적을 톤수로 환산한 개념)를 돌파했다.이날 1도크에는 컨테이너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3척이 건조되고 있었으며, 이틀 후인 15일에는 도크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는 진수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 컨테이너선은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된 가장 큰 크기로 외견상 배의 형태를 모두 갖추고 내부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새집 이어서인지,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수식후 안벽으로 이동된 이 배는 45일간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 뒤 선주인 중국 해운사 코스코에 인도될 예정이다. 중국 조선업계는 1만3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능력이 없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것이란다.1도크 뒤편에는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세 번째 드릴십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드릴십은 올해 회사가 수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이상수 조선 건조 1부 부장은 "지난해 9월 첫 드릴십을 인도한 뒤 선주사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발주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올해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돼 인도되는 선박은 총 101척이다. 좁은 조선소 도크에 최대한 일정을 맞춰야 하니 선박은 크기에 관계없이 10~11주면 완성된다. 워낙 빨리 배가 건조돼 직원들은 배를 '찍어낸다'고 표현한다. 이 부장은 "선박 건조 공정에 따라 투입되는 인력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건조 기간을 지켜나가고 있다"며 "1도크에만 협력사 직원 900명이 각각에 배정된 임무에 맞춰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주를 초청해 배를 인도하는 '명명식'이 2~3일 마다 열리기 때문에 해당 팀은 매일 매일 스케줄을 짜는 데에도 바쁘다.특히 일부 직원들은 인도 기일을 맞추기 위해 25일부터 시작되는 2주간 여름휴가 기간에도 조선소로 출근해 잔업을 할 예정이다. 휴가 잔업을 실시하는 것은 2년여 만으로, 각 사업부 별로 전체 4~7일 근무한다.갑판에서 내려온 시간은 오후 3시. 직원들이 10분간 오후 휴식시간을 갖고 있었다. 울산조선소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각각 10분간 휴식시간을 갖는데, 혹서기에는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이 더 길어진다. 오랜 경륜이 묻어나는 나이 많은 직원들 사이로, 여성 직원과 젊은 직원들이 보였다. 더위와 습기에 짜증날 만도 한데, 직원들은 이날 기온이 30℃ 초반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시원한 편이라며 환하게 웃었다.울산조선소의 선박 인도량은 올해가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조금씩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2010년 선박 수주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 건조 물량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이 부장은 "생산은 2009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수주가 줄어 내년부터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특수선 수주 호조로 수주 척수는 20% 줄었지만 이익률은 훨씬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상선 부문에서도 치열한 수주전 영업을 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좋은 소식을 여러번 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한편 조선소를 떠날 무렵인 오후 5시경 노사간 임금협상이 잠정 합의됐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한 직원은 “잔업 때문에 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줄겠지만 일이 많다는 건 즐거운 일 아니겠느냐”라며 “임금협상도 휴가 전에 마무리 돼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울산= 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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