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의 열쇠는 오로지 업무역량뿐학연.지연으로는 한계 실망.좌절은 절대금물
승진의 기술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익숙한 장면이다. 술에 얼큰하게 취한 가장이 집에 들어서 소리친다. "나 승진했어." 아내와 자식들이 기뻐하며 달려온다. 모두 손을 잡고 흥에 겨워한다. 승진. 이 두 글자야말로 직장인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단어다. 승진은 자신의 명함에 새겨지는 직급의 변화만 의미하지 않는다. 책임과 권한이 늘어나고 연봉도 오른다. 승진을 한다는 건 사내에서 자신의 상사가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직장인이라면 승진을 희망하는 이유다. 여기 보다 승진의 문턱에 가까워질 수 있는 승진의 기술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들이다. ◆빽은 신경쓰지 말자=승진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통설이 '빽(배경) 있어야 승진도 된다'는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혔다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널리 받아들여진 말이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누군가를 통한 승진은 한계가 있다"고 잘라 말한다. 현필호 커리어케어 부장은 "승진은 다른 이가 아닌, 본인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며 "소위 사내 정치를 통해 이뤄진 승진은 당장은 승승장구 하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한계가 온다"고 말했다. ◆필수 2요소:업무능력ㆍ네트워크=그렇다면 '빽' 대신 직장인들이 선택해야 할 요인은 무엇일까. 1차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업무역량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승진에 목매는 이들이 자주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일단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만 하면 업무는 어떻게든 처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고, 개인의 역량이 자리를 만드는 거라고 볼 수 있다. 현 부장은 "평소 역량을 쌓아온 사람만이 승진한 후에도 제대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팀장이 됐기 때문에 잘하는 게 아니고 이미 그만한 역량을 갖춰놓은 것이다"고 전했다. 평소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려주는 말이다. 업무역량은 크게 업무능력, 인적 네트워크 등 2가지로 나뉜다. 업무능력은 말 그대로 자신의 업무 적응력을 가리킨다. 이은아 커리어케어 과장은 "사내 교육 프로그램 등 스스로를 계발할 기회가 있으면 빠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간혹 새내기 직장인들 중에는 본인의 업무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한 대기업 회계 부서에 재직 중인 1년차 직장인 A씨도 마찬가지다. A는 경영학과를 전공한 후 회계팀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생각에 들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가 재미없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난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고 싶었는데 기대와 달라 힘들다"는 A의 하소연이다. 전문가들은 A의 경우 정말 업무가 맞지 않는 건지 아니면 사회 초년생에게 흔히 나타나는 불만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 부장은 "업무에 적응하려면 최소 1년 정도는 필요한데 반년도 안돼 업무가 맞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며 "예술인 같은 특수 직종이면 모르나, 일반 사무직의 경우 적성보다는 본인의 노력과 계발 정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얼핏 적성에 맞지 않아 보여도 좀 더 업무에 매진해 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업무능력에는 직급별 역량도 포함된다. 중장기적으로 승진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신의 다음 단계 자리가 요구하는 능력을 미리 습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리-차장-과장-부장 등 직급별로 주된 역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대리급은 업무 처리능력이 가장 중요한 데 반해 부장급으로 넘어갈수록 통솔능력 등 리더십이 필요해진다"며 "주변에서 각 직급별로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정한 뒤 평소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워커홀릭은 승진 아웃=업무능력의 다른 하나는 인적 네트워크다. 인적 네트워크는 소위 말하는 줄타기와는 다르다. 현 부장은 "주변 지인들이 때에 따라 조언자가 될 수도 있고 하니 인적 네트워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순 없다"면서도 "정도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승진 시에는 평판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는 물론, 부하직원, 상사까지도 내 승진에 있어 조력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들과의 관계설정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인적 네트워크는 단지 일만 열심히 한다고 형성되는 게 아니다.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 노력하고,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통신사 B에 재직 중인 C는 피해야 할 길을 택한 경우다. 명문대 출신인 C는 입사 후 주어진 일만 열심히 처리해 왔다.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이 일했고, 퇴근 후에도 일 생각뿐이었다. 당연히 회식에 빠지기 일쑤였고 점심 때도 늘 혼자였다. 나중에 C는 팀장 승진의 유력한 후보로 추천됐지만 팀원들의 거부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장은 "사람과의 친밀도는 본인의 노력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며 "일만 열심히 하는 워커홀릭은 조직 내에서는 환영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업무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다. 현 부장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홍보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것과 같다"며 "내가 어떤 업적을 이뤘고 이에 기반해 어느 정도 대우를 받았으면 한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평소 기록에 신경쓸 것을 강조한다. 1년에 한 번씩 이력서를 작성하라거나, 매일 일지 식으로 자신의 업무와 성과를 기록하라는 식이다.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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