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기상정보가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리 생활 전체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다. 날씨에 관련된 모든 판단은 그저 자신 또는 남들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정보의 공백 속에서 불편과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기상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엄청난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날씨에 민감한 사업들은 사업의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는 날씨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기상정보의 가치는 간단히 그것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해보면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기상정보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를 수치로 따져보면 그 존재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기상정보의 경제적 가치 산출 방법은 나라별로 다르지만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000년 투자 대비 5~10배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발표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치이다. 미국에서는 기상예측 정보가 투자 대비 6배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연구 결과가 2009년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는 기상에 대한 투자 대비 편익을 40배로 보고 있기도 하다. 기상에 대한 투자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기상정보 활용에 관한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사전 대비 차원의 투자를 통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는 소위 '날씨 경영'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투자방식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피해가 발생한 후에 반성과 함께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어 손에 쥐어지는 이익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기상에 대한 투자는 이처럼 일종의 '불확실성 게임'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이처럼 5~10배 이상의 투자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 예로 삼성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는 5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잔디관리예보시스템을 적용해 농약 살포 및 잔디 교체 비용을 2011년도 상반기(1~5월)에만 1억8000만원을 절감했다. 이를 전국 369개 골프장에 적용하면 한 해 동안 18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솔오크밸리는 초단기 예보를 골프, 콘도 예약에 활용함으로써 예약을 활성화시키고 취소율을 감소시켜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상정보 구매로 1000만원을 투자해 50억원어치의 간접이익을 얻은 것이다. STX 조선은 기상정보를 활용해 도장부터 탑재공정에 이르는 일정을 조절하고 위험기상이 예상될 때는 휴업령을 내리는 등 업무의 효율을 높여 400만원 투자 대비 연간 47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기상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3조5000억원에서 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재해가 빈번해지고 대형화되면서 그에 따른 인적ㆍ물적 손실이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소방방재청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기상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은 대략 47조5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액 7896조원의 0.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미 상무성은 지난 2006년 농림, 수산, 건설, 보험 등 기상에 민감한 산업이 GDP의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경제의 80%가 기상변화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F. Schwarz, 2005)는 점을 고려할 때 기상정보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업경영에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 엔진의 연료로서 기상정보는 마르지 않는 자원이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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