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최근 공공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한다고 해서 건설업계가 시끄럽다. 원칙적으로 국가 예산으로 집행하는 공공공사 입찰에서 가격에 의한 경쟁은 필요한 요소다. 그런데 최저가낙찰제란 모든 입찰자의 기술력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투찰가격에 의해서만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즉, 발주자와 입찰자 사이에 존재하는 비대칭 정보 아래에서 꼭 필요한 스크리닝(screening)을 포기하는 입찰 제도다. 결국, 입찰자에 대한 질적 평가가 배제되면서 부적격한 업체가 낙찰자가 되는 역선택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최저가낙찰제 아래에서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기술력 없는 업체가 전략적인 저가 투찰을 통해 연명하고, 또다른 부실 업체가 순차적으로 저가 수주함으로써 기술력 있는 우량한 업체가 우선 퇴출되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최저가낙찰제 아래에서 덤핑 입찰은 필연적인데, 낙찰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투찰가를 낮추는 것이 모든 입찰자에게 우월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입찰 경쟁률이 평균 50대 1이 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쟁 풍토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통해 일정부분 예산을 절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의 실태를 보면, 적자 시공이 만연돼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건설업체 의견을 빌리면, 10건 중 8건이 실행 예산 이하로 낙찰된다고 한다. 이러한 저가 낙찰에 따른 피해는 원도급 업체는 물론 자재납품업체, 장비업체, 하도급업체 등에 연쇄적으로 전파되면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편법ㆍ탈법 행위가 늘게 되고, 저가 하도급이 불가피해지면서 부실시공이 우려된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다. 아파트로 이사를 할 때에도 최저가 업체를 선택하면 보통 그에 상응한 문제가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인력이 4명 투입되나, 최저가로 선정한 이사짐센터는 3명만 보낸다. 그것도 2명은 외국인 근로자다. 물품 파손도 늘어나고, 6시쯤 끝나야할 이사가 밤 10시가 돼서 끝나기도 한다. 최저가로 낙찰받은 건설현장도 마찬가지이다. 10명 들어갈 현장에 8명을 투입하게 되고, 미숙련공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공사 품질이 좋아질 리가 없고 사고 발생율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가격만을 가지고 경쟁을 유도하는 최저가낙찰제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더욱이 이를 확대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선진국과 같이 적정 가격을 보장하면서 입찰자의 능력을 종합평가할 수 있는 입낙찰 제도를 구상할 필요가 있겠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조철현 기자 choch@ⓒ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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