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평창'의 이름을 단 231쪽의 파일이 제출됐다. 비드파일이었다. 비드파일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나라가 올림픽 콘셉트와 재정, 후보도시 환경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아 IOC에 내는 일종의 유치신청서다. 이 파일을 열어본 IOC위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평창 비드파일의 정교함 때문이다. 올림픽 비전과 콘셉트는 물론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적 구조와 평창의 환경 및 기상과 관련된 세세한 자료를 빼곡히 담아낸 것이다. 비드파일 작업에 관여한 유치위 관계자들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95%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믿음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한나라 '59%', 민주당 '28%' 정당별 영향력까지 담겨 있어='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독립국이지만…'으로 시작하는 '정치, 경제적 환경구조' 부분엔 각 정당이 전국, 강원도, 평창 등에서 갖는 영향력과 함께 이들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지난해 12월 의석수를 기준으로 여당인 한나라당은 전국에서 57.6%, 강원도에서 46.8%, 평창 등에서 59.4%의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제2당인 민주당은 전국에서 29%, 강원도에서 29.8%, 평창 등에서 28.1% 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가진다는 말 뒤에 이 두 당이 모두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 따랐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나 실무 관계자 외에 정당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평창 최근 5년간 대기질 측정 결과까지 꼼꼼히 적어=비드파일의 여섯 번째 주제인 '환경 및 기상'에서는 최근 5년 동안 평창 대기질을 측정한 결과가 눈에 띈다. 대기환경기준 9ppm과 8.6ppm. 항목은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오존. 대한민국과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환경기준을 비교 제시해가며 측정 결과를 보여준 이 비드파일에 녹아든 치밀함은 해마다 2월에 대기질 측정을 했다는 데 있다. 개최 날이 있는 2월의 평창 대기질이 대한민국 기준과 WHO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올림픽 콘셉트, 재정, 법적 측면, 의료서비스 및 도핑관리, 수송 등 17개 주제로 구성된 이 비드파일엔 대한민국 물가가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안정적이었는지,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항목별 세부 예산은 얼마인지, 2017년에 예정돼 있는 시범 경기는 어떤 방식으로 열리는지에 대한 내용 등도 들어있다.온 국민의 유치염원과 대기환경 등을 담은 이 비드파일은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유치열기가 약한 프랑스 안시와 환경올림픽을 내세운 독일 뮌헨을 철저히 분석해 만들어졌고, 결국 그런 전략이 득표수 63대 25대 7의 압승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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