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을 지낸 이희완씨가 2006년 퇴직 후부터 5년여간 SK그룹 계열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매월 5000만원씩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SK그룹 외에 청호나이스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같은 방법으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씨가 받은 돈이 대가성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퇴직 국세청 간부 출신이 받는 통상 자문료는 많아야 월 500만원이라고 한다. 이씨가 받은 돈은 그 10배다. 파격적이다. 더구나 30억원도 대부분 법인 계좌가 아닌 이씨 개인 계좌로 받았다고 한다.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이씨는 2005년과 2006년 SK그룹 계열사 3~4곳의 세무조사에 관여했다고 한다. 재직 중 편의를 봐주고 퇴직 후 '사후 사례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문료 명목의 뇌물수수 의혹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SK와 현대자동차 등 7개 기업체로부터 2년간 6억6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정당한 자문료로 결론을 냈지만 세간에서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검은돈으로 의심되는 자문료의 실체를 철저히 조사해 불법적인 사후 뇌물수수 관행을 근절시켜야 한다. SK그룹이 이씨에게 거액의 자문료를 준 사실도 석연치 않다. 정상적인 자문료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준 이유가 무엇인지, 떳떳한 자문료라면 왜 법인이 아닌 개인 계좌로 송금했는지 등 수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SK그룹은 '합법적인 자문료로 문제 될 게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이씨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자문받았기에 거액을 줬는지 돈의 성격과 그 경위를 소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직원들이 퇴직자를 위해 기업체 고문 등으로 취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금지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자정을 결의했다. 철저한 자성을 통해 부적절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의만으로는 비리를 근절시킬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힘 있는 세무공무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들이 비리에 손을 담그도록 유혹하는 기업의 행태도 뿌리 뽑아야 함은 물론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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