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1000t 블록 싣고 조선소 누비는 운송장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트랜스포터로 선박에 설치될 데크하우스를 운반하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바쁘게 움직이는 조선소 작업 공간에 갑자기 직원들이 길 앞에 나서서 사람들을 옆쪽으로 비켜서라고 한다.이어 설비공장에서 거대한 블록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백t이나 되는 블록을 사람이 끌고 가는 것은 아닐 터.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북이 같이 넓은 등판 밑으로 수 많은 바퀴가 달린 노란색의 장비가 블록을 싣고 이동한다.자동차도 아니면서 중장비라 부르기도 뭐한 이 물건은 과연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이름은 ‘트랜스포터(Transportet).’ 말 그대로 운반장비다.조선소에서는 배를 만든다고 표현하지 않고, ‘짓는다’ 또는 ‘모은다’고 말한다. 마치 집을 지을 때 벽돌 한장 한장을 쌓아 올리듯이 배에서도 집의 벽돌과 같은 블록을 하나하나 조립하는 방식으로 배를 건조하는 것이다. 이 블록은 조선소 현장내에 있는 설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데, 크기와 용도에 따라 수십t에서 수백t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록은 선박이 조립되고 있는 도크로 이동을 시켜야 한다. 공장에서 도크까지 블록을 이동시키는 이동수단이 바로 이 트랜스포터다. 즉, 트랜스포터는 조선소의 핵심 설비이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비다.일반적인 자동차의 바퀴는 4개, 20~40t의 화물을 싣는 트럭은 6~10개의 바퀴가, 트레일러는 20여개 정도가 사용된다. 트랜스포터의 적재중량이 가장 큰 것이 1000t의 블록을 싣는데, 이 정도의 장비는 자체 무게만 216t에다 블록을 싣는 면적이 260㎡(약 79평) 규모다. 블록무게를 견디기 위해 바퀴 144개가 지네발처럼 촘촘히 달려 있다. 바퀴 한 개당 가격은 통상 50만원 정도라고 하니, 타이어를 교체할 때가 됐을 때, 비용만 7000만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트랜스포터가 선박 블록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사진= 삼성중공업)
트랜스포터의 대당 가격은 30억원 정도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는 40여 대의 트랜스포터가 작업 현장을 누빈다고 한다. 길이 23m, 폭은 10m로 당연히 일반 도로에서는 절대 주행할 수 없다.운전기사 1명과 신호수 4명이 한 조가 돼 운행을 하며, 신호수는 블록의 사방 모서리에서 전·후·좌·우 주위 벽면에 간섭이 생기지 않는지, 그리고 맞은 편에서 오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한다. 운전석 내부는 한 사람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데, 블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많이 생기고 거울로 보이지 않는 윗부분은 신호수에게 역할을 맡겨 놓고 수신호로 이동시킨다. 또한 트랜스포터는 앞뒤 양쪽에 운전석이 달려있다. 블록을 특정 위치에 놓고 후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도 운전자는 반대쪽 운전석에 탑승해 운전할 수 있다.트랜스포터의 구조는 유압식 구동(Hydrostatic Drive)방식으로 돼 있어 주행할 경우 유압 서스펜션의 특수 보기(Bogie)타이어가 도로표면에 굴곡이 있더라도 트랜스포터 차대는 늘 수평을 유지할 수 있다. 타이어 한 개당 회전반경이 300도 가까이 되기 때문에 바닷가의 게처럼 옆으로도 움직일 수 있고 제자리에서 차체가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 또한 자기 몸을 위 아래로 높였다 낮추었다 할 수도 있다.여러 대가 합동작업을 하면 적재중량 수천t의 초대형 블록도 옮길 수 있는데, 현대중공업에서는 최근 8대가 합동으로 2400t의 해양 구조물을 운반한 기록도 있다.
트랜스포터 운전기사가 트랜스포터에 블록을 싣고 운전하고 있다.(사진= 삼성중공업)
현재 트랜스포터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작하고 있지 않으며, ‘Kamag’, ‘Scheuerle’ 등 브랜드를 소유한 독일이 유일한 수출국이다.<자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성동조선해양>채명석 기자 oricms@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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