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얼마 전 모 선배가 자신의 온라인칼럼 제목을 '진수희 힘내라'로 뽑았다며 그 연유를 설명한 일이 있다. 당시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수십 년간 고착된 의료체계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머지않아 정계 복귀가 유력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 당장의 성과는 없는데 저항과 비난은 불 보듯 뻔한 일을 추진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좋은 일이다. 그런 진 장관을 응원하는 칼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지금 진 장관은 의료기관 재정립에 비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일에 발목이 잡혔다. 따지고 보면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진 장관과 그의 참모들이 결정한 일의 순서엔 틀린 게 없다. 소화제를 약국 밖에서 팔기 위해선 고시개정이 필요하고, 감기약은 법을 바꿔야 한다. 두 사안 모두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해결하는 것도 맞는 절차다. 의견이 모아지면 복지부는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래서 복지부의 3일 발표는 일반약 슈퍼판매를 포기한 것도 백지화 시킨 것도 아니란 복지부의 항변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작 진 장관의 발목을 잡은 건 다소 부차적인 정치적 행보다. 결론이 불분명한 3일 '국민 불편 해소 방안'에선 제도 개선에 대한 복지부의 소극적 태도가 읽혔고, 진 장관이 어느 약사모임에서 했다는 '걱정 마세요' 발언이 오버랩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초 논의했던 특수장소 확대를 포기한 것을 "근본적 대책이 아니어서"라고 하면 됐을 것을 "약사들이 협조를 안 하면 안 되니까"라고 한 것도 실수라면 실수다. 복지부는 3일 발표 때 두 가지 내용을 넣고 한 가지는 뺏어야 했다. 약심 안건으로 올릴 의약외품 후보 혹은 최소한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 그리고 약국외 판매약이란 새 분류법 신설을 위한 법개정 계획 등 복지부의 '의지'를 확인할 만한 근거가 필요했다. 뺏어야 했던 건 당번약국제가 국민의 불편을 해결해줄 것이란 약사회의 계획을 그대로 옮긴 부분이다. 진 장관은 사석에서 "장관을 해보니 국회에 있을 때보다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진 장관이 조금 더 힘을 냈으면 하는 것은 슈퍼판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길 원해서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펼쳐 놓은 훨씬 더 중요한 의료개혁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주기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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