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금감원, 다시 '官治' 회귀' 망령 부활하나

[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정부가 금융감독원의 대대적 수술에 착수했다. 최근 퇴직 및 현직 임직원의 각종 비리가 검찰 수사를 통해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쇄신을 주문한 만큼 금감원 수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은 근본대책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금감원 수술의 메스는 국무총리실이 맡았다. 국무총리실은 6일 "이번주말(6일)까지 금감원 개혁을 위한 사전조사를 마친 뒤 9일에는 금감원 개혁을 전담할 테스크포스(TF) 팀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에 따르면 이번 TF에는 청와대와 총리실을 주축으로 관계 부처 및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은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확인돼 이번 금감원 쇄신이 과거 어느 때보다 그 폭과 깊이가 큰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strong>◆'금융감독청' 재현설까지 솔솔</strong>=권혁세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 마련한 자체 쇄신안은 내부 직원의 단속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쇄신안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갔다는 것은 금감원이 독점하고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ㆍ검사권한의 분산 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금융감독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이 뒤따를 것이나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은 감독권한의 분산이다. 예금보험공사에게도 직접 검사권을 부여하고 검사기능 일부를 회계법인 등에 아웃소싱하는 방법이다.금융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보의 감독권을 금감원 수준으로 높이는 관련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예보와 한국은행이 공동검사권을 갖고 있지만 금감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행사할 수 없는데 이를 고쳐 금감원의 힘을 예보와 한은에 분산시키는 한편 감독기관간 '체크 앤 밸런스'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예보가 금융위 산하로 소속되면서 금감원의 권력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던 게 사실"이라며 "상호 협조와 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감원 외에도 예보, 한은 등이 감독권한을 나눠 독점적 감독체제를 경쟁적 감독체제로 개선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같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 감독을 소홀히하는 바람에 신용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감원의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이 부정부패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을 '금융감독청'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등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기회에 금감원 직원을 공무원 신분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관치금융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금감원 직원들의 임금삭감이 불가피해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strong>◆ 뒤숭숭한 금감원..내부 반성 움직임도</strong>= 금감원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금감원이 제시한) 수습책으로는 미흡하다"고 호통친 만큼 개혁 방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권 원장의 고민이 크다. 권 원장은 인사 쇄신과 직원 특별정신교육에 이어 지난 4일에는 금감원 임직원의 금융회사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고 감사추천제를 폐지하는 강도높은 내부 쇄신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사생활 통제 방안까지 내놓았다. 접대골프는 물론 자비를 들인 골프까지 금지하고 과음하거나 외부인과 만나 술을 마시지 말라, 직무 관련자과 사전접촉을 하지 말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공언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금감원 전ㆍ현직 임직원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오자 권 원장을 포함한 금감원 지도부는 사실상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더욱이 국무총리실이 직접 나서서 근본적인 개혁방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권 원장의 역할은 크게 줄어들었다. 한편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생활까지 제약하는 건 우리 모두를 죄인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조직 분위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최근에는 점심시간까지 제약받고 있어 생활에 큰 불편을 느낀다"면서 "인사도 얼마 남지 않아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조직이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꼬투리 잡히지 않도록 행동에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이현정 기자 hjlee303@ⓒ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