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의 여야 의원 21명이 저축은행에 투자한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보상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올 들어 부실로 영업 정지된 8개 저축은행의 예금자나 후순위채 매입자는 한 푼의 손해 없이 전액 보상받게 된다. 법으로 정한 금융질서를 편법으로 뒤집자며 떼 쓰는 것에 다름없다. 보상 시기는 부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기 전인 지난 1월로 소급해 오는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정하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함께 금융당국의 정책과 감독 실패에 주요 책임이 있다"며 "피해를 입게 된 예금자에 대한 공공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금융기관 예금보호한도는 5000만원 이내다. 특히 후순위채 매입자는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금융기관이 도산하면 전액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액 보상을 해주자는 개정안을 둘러싸고 '특혜'시비가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 예금자에 대한 보상은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도 있다. 예보기금을 통해 무제한 보장해줄 경우 금융기관과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문제투성이의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돼서는 안 되며 바로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개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들이 문제점을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다. 뻔히 알면서 부산지역 예금 가입자의 원성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쇼'를 벌인 것으로 우리는 본다. 여야 없이 지역 국회의원 모두가 서명했다는 것 자체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심용 포퓰리즘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이다.더욱이 개정안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 여야 중진까지 나서 발의한 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치인이 상대 정당에 대해 서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다가 정작 자신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서는 이렇게 무책임한 선심성 행동을 눈 딱 감고 해치우는 것이다. 이러니 정당과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실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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