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어려운 시기에는 언제나 '해결사'가 주목을 받는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김대중 정권의 '외환위기 해결사'로 뛰었듯,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금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의 '해결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이성규 사장이 '돌아온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
13년전인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Mr. 구조조정'이라 불렸던 이 사장이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의 해법으로 제시한 '배드뱅크'의 태스크포스(TF)를 주도하면서 구조조정 업계에 복귀한 것. 배드뱅크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한데 모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떨어내는 기관이다. 금융당국은 이 사장이 주도하는 TF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배드뱅크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별도 법인 설립은 물론, 사모펀드(PEF)나 기업구조조정기구(CRV)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리고 최근 유암코 밑에 PEF를 두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8일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PF 베드뱅크는 "'사모펀드(PEF)1', 'PEF 2' 등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은행권의 부실 PF는 결국 이 사장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 사장이 이처럼 힘든 시기에 부동산 PF의 해결사 역할을 맡게 된 데는 그의 '구조조정 전문가'로의 이력이 한몫하고 있다. 지난 1998년 30대의 젊은 나이로 금감원의 기업구조조정위 사무국장을 맡아 대우그룹 해체, 대기업 워크아웃 매뉴얼 마련 등 굵직굵직한 사안을 해결했다. 당시 그가 정리했던 부실여신만 1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2001년에 CRV 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잠시 시중은행으로 적을 옮겼던 그가 다시 구조조정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한 것은 지난 2009년 유암코 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유암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 신한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차등적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유암코는 수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인 채권 매입에 들어갔다. 1분기 4700억원, 2분기 9900억원, 3분기 6600억원, 4분기 1조4700억원 등 총 3조60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유암코는 1년만에 부실채권 입찰시장의 48%를 차지하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사장의 구조조정 노하우를 이번 배드뱅크 설립에서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 설립될 PEF 형식의 배드뱅크가 유암코에 소속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유암코의 부실채권 매각 노하우가 그대로 전수될 것임은 자명하다. 배드뱅크라는 해법이 나오긴 했지만, 부동산 PF 부실이 완전히 해소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은행권의 PF 부실채권 규모는 약 6조4000억원이지만, 향후 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 없이는 배드뱅크 설립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원리'로 문제를 풀어 나가면 PF 부실채권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의견이다. 그는 "은행권의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손실 흡수여력은 충분한데, 시공사 보증으로 PF사업장, 주채무자인 시행사간 법적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건설업계가 어려운 것"이라며 "이번에 은행권과 함께 나서는 PEF 작업은 규모 자체보다는 시장원리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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